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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헬리코박터 ‘두 얼굴’ 논란

등록 2005-02-15 16:47수정 2005-02-15 16:47

위암 원인균 정설에
“없애면 식도염” 논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병원체 연구자들한테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위염·위암의 원인균으로 밝혀졌지만, 무작정 다 없애면 도리어 식도염을 일으키기도 하죠.”

헬리코박터연구회 전 회장인 민영일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과)는 헬리코박터의 정체와 관련해 “좋은 균과 나쁜 균의 이분법으로만 나눌 수 없게 만드는 세균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헬리코박터”라고 말한다.

최근 유근영 서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가 1993년부터 9년 동안 한국인 1만8천명을 추적 조사해, 헬리코박터 균은 한국인의 위암 발생과 역학적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밝히면서, 헬리코박터의 알쏭달쏭한 정체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몇 가닥의 편모를 길게 늘어뜨려 ‘풀어진 짚신’ 모양을 한 길이 2~7㎛(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의 세균으로 사람의 강한 위 염산을 견디며 위 점막에 기생하는 헬레코박터 균은 두 얼굴의 균이다. 1983년 발견된 이 균은 그동안 위염·위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됐으나, 최근엔 이런 정설에 도전하는 여러 연구결과도 나오는 형편이다. 이 균을 치료하면 도리어 위산 역류를 일으켜 역류성 식도염의 발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논문도 나왔다.

민 교수는 “헬리코박터가 위염·위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여러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과학적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미국에선 헬리코박터 감염이 줄면서 위암은 감소했지만 역류성 식도염은 늘어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 균을 조사한 유 교수는 “헬리코박터 감염이 곧바로 위염·위암 등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다”며 “감염자라도 유전적 소인이나 식생활에 따라 위염·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설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위염·위암 증상이 헬리코박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이 균을 치료해야 하지만, 병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헬리코박터를 치료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고 말한다.

오랜 동안 인류의 위장 속에서 진화해온 헬리코박터는 다른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족마다 다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분석해 민족의 이동경로를 연구하는 인류학에도 응용된다. 민 교수는 “여러 민족의 헬리코박터 균을 유전체(게놈) 분석으로 연구한 결과 현대인류의 이동경로와 비슷하게 헬리코박터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인류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8~19일 일본 벳부에서 중국 학자도 참가하는 헬리코박터 한·일 심포지엄이 열린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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