렐러티비티 스페이스의 3D프린팅 로켓 테란1이 23일 이륙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사상 최초의 3D프린팅 로켓 발사는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다. 3D 프린팅이란 개별 부품을 조립하는 대신 층층이 쌓아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미국의 신생 우주기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는 22일 오후 11시25분(한국시각 23일 오후 12시25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 16번 발사대에서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로켓 테란1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그러나 이륙 4분 후 2단 로켓이 분리된 직후 엔진이 정지되며 궤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회사 쪽은 “고도 200km의 목표 궤도 진입은 실패했지만 이번 발사의 핵심 목표인 맥스큐(로켓이 받는 압력이 최고에 이르는 지점) 통과와 2단 로켓 분리는 이뤘다”며 “우리의 3D 프린팅 기술을 입증한 발사였다”고 밝혔다.
테란1은 이 회사가 소형위성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높이 35미터, 지름 2.3미터의 소형 2단 로켓이다. 1단에 9개, 2단에 1개의 엔진이 있으며 액화천연가스(메탄)와 액체 산소를 추진제로 쓴다. 추력이 20만7천파운드(94톤)로 고도 500km의 지구 저궤도에 최대 1.25톤의 물체를 올려놓을 수 있다.
발사대에 선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로켓 테란1. 렐러티비티 스페이스 제공
이번 발사는 발사체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발사였다. 따라서 탑재물 없이 발사됐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금속 3D프린터인 스타게이트에 인공지능 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로켓을 제조했다고 밝혔다. 기본 구조와 추진제 탱크, 터보 펌프 등 전체의 85%(질량 기준)를 3D프린팅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앞으로 전체의 95%를 3D 프린팅으로 만들고 부품 수는 기존 로켓의 100분의 1 수준인 1000개 미만, 제작 기간은 2개월을 넘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회당 발사 비용은 1200만달러다.
아직 시험비행 단계이지만 벌써 미국항공우주국을 비롯해 통신위성업체 이리듐, 텔레셋 등과 위성 발사 계약을 맺었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의 로켓 제작용 3D프린터 스타게이트.
렐러티비티 스페이스의 목표는 화성까지 갈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테란1보다 강력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테란 R’(Terran R) 로켓도 개발중이다. 높이 66m, 지름 4.9m인 테란R은 210만파운드(952톤)의 추력으로 지구 저궤도에 20톤의 물체를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화물 적재용량이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22.8톤)보다 약간 적고, 로켓랩이 개발중인 뉴트론(15톤)보다는 크다. 팰컨9는 1단 추진체만을 재사용하지만, 테란R은 2단 추진체까지 재사용할 계획이다.
테란R도 이미 고객을 확보했다. 지난해 저궤도 통신위성업체 원웹과 2025년부터 위성을 발사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계약 규모는 12억달러다. 이 계약을 이행하려면 늦어도 2024년말이나 2025년 초에는 궤도 시험비행을 마쳐야 한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가 개발중인 차세대 로켓 테란R. 렐러티비티 스페이스 제공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서던캘리포니아대 출신의 공학도인 팀 엘리스와 조던 눈이 각각 우주기업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엑스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2015년 공동설립한 회사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25살, 23살이었다. 현재는 엘리스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눈은 고문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6억5천만달러를 비롯해 그동안 13억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2021년 투자자 모집 때 42억달러(약 5조55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