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의 도장 로봇.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네자릿수에 진입했다. 국제로봇연맹 제공
한국은 산업화에서는 뒤늦었지만 산업의 자동화에서는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가 세계 처음으로 네자릿수에 진입했다. 자동화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의 로봇밀도는 미국을 넘어섰다.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를 뜻한다.
국제로봇연맹(IFR)이 최근 발표한 ‘2022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산업용 로봇 밀도는 1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의 932대에서 68대(7%)가 늘어난 것으로, 로봇 밀도가 네자릿수로 올라선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2011년 347대와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약 3배가 늘었다. 로봇밀도 1000대는 제조업 노동자 10명당 로봇이 1대꼴로 배치돼 있다는 뜻이다.
2010년부터 8년 연속 산업용 로봇 밀도 1위를 달리던 한국은 2018~2019년 싱가포르에 1위를 내줬다가 지난해 다시 로봇 밀도 1위에 복귀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전자산업과 돋보이는 자동차산업이 산업용 로봇의 주요 고객”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평균 로봇 밀도는 141대로 2020년 126대보다 15대(12%)가 늘었다. 2015년 69대와 비교하면 6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의 로봇 밀도는 세계 평균의 7배가 넘는다.
로봇 밀도의 증가는 경제에 비용 절감과 고용 감소라는 상반된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로봇 밀도의 변동 추세에 맞춰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한국의 로봇 밀도는 전 세계 평균치의 7배가 넘는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중국의 로봇 급증세다. 중국의 지난해 로봇 밀도는 322대로 미국(274대)을 추월하며 세계 5위로 올라섰다.
보고서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 시장으로 2016년 이후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전년보다 44% 늘어난 24만3300대였다. 중국의 로봇은 주로 일본과 한국, 유럽에서 만든 것들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로봇 밀도는 2015년 25위에서 2019년 15위, 209년 9위로 1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이번에 톱5 대열에 합류했다.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 시장이다.
전 세계 로봇 밀도 상위 5개국은 한국, 싱가포르(670대), 일본(399대), 독일(397대), 중국이다. 일본은 로봇 밀도에선 3위이지만 로봇 생산량은 세계 1위다. 지난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수요의 45%를 공급했다.
지난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31% 증가한 51만7385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로봇은 350만대에 이른다.
보고서는 올해는 연말까지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57만대가 새로 설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