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북과 바다거북의 특성을 합쳐 육지는 물론 물에서도 이동할 수 있는 거북로봇이 개발됐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땅거북과 바다거북에서 영감을 받은 수륙양용로봇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아트’(ART=Amphibious Robotic Turtle)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로봇은 땅에서는 네 다리를 꼿꼿이 세워 걸어다니고, 물에서는 다리를 납작하게 오리발처럼 펴서 수영을 한다. 두 종의 거북이 이동하는 동작을 한 몸에서 구현한 셈이다.
땅거북과 바다거북은 4개의 다리와 단단한 등 껍데기를 가진 점은 같지만 다리 모양이 다르다. 바다거북의 다리는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납작한 지느러미 형태이고, 땅거북 다리는 걸을 때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뭉툭한 모양을 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로버트 베인스 교수는 “도마뱀붙이의 발을 모방해 벽에 달라붙을 수 있는 로봇이나 문어의 촉수를 모방해 수중 물체를 잡을 수 있는 빨판로봇처럼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생체모방 로봇들은 여럿 있으나 두 종의 동물 특성을 동시에 반영한 로봇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륙양용 로봇은 땅거북과 바다거북의 이동특성을 합쳤다. 네이처 제공
이동 속도는 느리지만 에너지 효율 좋아
땅거북과 바다거북의 이동 방식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변형이 가능한 로봇 다리가 이 로봇의 핵심이다.
거북로봇은 몸통과 등껍질, 어깨 관절, 변형 다리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몸통에는 전자장치가 탑재돼 있고, 등껍질은 이 장치를 보호하고 부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어깨관절에는 3개의 모터가 걷는 동작을 제어한다. 어깨와 연결된 다리에는 공압 액추에이터(구동기)와 히터가 내장된 열경화성 수지가 들어 있다. 이 두 요소를 이용해 육지에선 원통형으로, 물속에서는 지느러미 형태로 다리 모양을 바꾼다. 다리 단면적은 최대 4배, 경직도는 450배까지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수륙양용 로봇은 거북이와 같은 이동방식을 택해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대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개발한 2족보행로봇보다 이동 에너지 효율이 3배 더 좋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거북로봇의 이동 장면. 왼쪽 위부터 수영, 보행, 뭍으로 올라오는 동작이다. 네이처 제공
바다 환경감시·수중활동 지원 등에 유용 기대
연구진은 거북로봇이 양식장을 비롯한 바다의 환경 감시나 수중다이버 지원 등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컨대 수중에서 작업을 하는 다이버에게 필요한 부품이나 도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네이처’는 다중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해 이 로봇을 10월12일 발행한 7931호의 표지 사진으로 소개했다. 네이처의 편집진은 “이 로봇 개발에 사용한 ‘적응형 형태생성’(adaptive morphogenesis)이라는 기술은 ‘맞춤형 진화’의 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응형 형태생성이란 모양을 고정시키지 않고 환경에 맞춰 바꾸는 걸 뜻한다. 이 기술 덕분에 이 로봇은 하나의 다리로 물과 육지에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이것이 이전에 선보였던 다른 수륙양용 로봇과 다른 점”이라며 “덕분에 이동 에너지 효율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