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서고, 네 바퀴로 달리고, 네 발로 걸어 자동차-로봇개-휴머노이드를 하나로 합친 격
스위스-마일 로봇의 두 발로 서는 기능은 짐을 부릴 때 유용하다. ETH Zurich 제공
미국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이 있다면, 스위스에는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의 네발 로봇 애니멀(ANYmal)이 있다. 이 애니멀이 바퀴를 단 모습으로 새 단장했다. 2018년 처음 선보인 이후 가장 큰 변신이다. 개발자들이 설립한 업체의 이름을 딴 ‘스위스-마일’(Swiss-Mile)로 이름도 바꿨다.
바퀴로 이동할 땐 시속 22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동영상 갈무리
이 대학 로봇시스템연구실 연구원들은 스위스-마일이 다리에 바퀴를 달고 몸체가 더 길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애니멀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바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이동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네 바퀴를 이용해 자동차처럼 주행하는 것은 물론 바퀴를 잠가 네발 동물처럼 걸을 수도 있고, 사람처럼 몸을 세워 두 팔을 쓸 수도 있다. 자동차, 네발 동물, 인간의 이동 방식을 합쳐놓은 ‘쓰리인원’(3 in 1) 로봇인 셈이다.
계단을 오를 땐 바퀴를 잠그고 이동한다. 동영상 갈무리
드론·차량 배달로봇보다 에너지 효율 좋아
스위스-마일은 주변 지형이나 환경에 맞춰 이동 방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방식의 이동만 가능한 드론이나 차량형 배달로봇보다 라스트마일(최종구간) 배송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예컨대 두 발로 서서 선반에 있는 짐을 들어 등에 실은 뒤, 바퀴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빠른 속도로 이동해서는, 바퀴를 잠그고 네 발로 집 앞 계단을 올라가 다시 두 발로 서서 현관 초인종을 누르는 일을 로봇 혼자서 모두 해낼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설명이다. 실제 생활 환경에서 이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술이 좀 더 정교해져야 할 것이다.
연구진은 스위스-마일의 혼합형 이동 방식은 기존 네발 로봇 시스템보다 에너지 효율이 83% 더 좋다고 밝혔다.
스위스-마일의 이전 버전인 애니멀. ETH Zurich 제공
최종구간 배달에 투입 가능…내년 시판 계획
스위스-마일은 이동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라이다 센서와 지피에스를 탑재했다. 최고 이동속도는 시속 22km이다. 최대 탑재 중량은 50kg이며, 한 번 충전에 90분 동안 작동할 수 있다.
90분간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30km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10km 거리 구간의 배달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쪽은 2022년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시판 가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