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기폐기물 포럼, 올해 전자제품 등 5740만톤 폐기 전망
제품 주기 짧아져 5년새 20% 폐기 증가…수거 재활용해야
제품 주기 짧아져 5년새 20% 폐기 증가…수거 재활용해야
한 해 버려지는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은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을 정도로 방대하다. WEEE포럼 제공
전자제품 7개 중 1개는 집 안 서랍 속에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은 현재 연간 증가율을 3%로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예컨대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북미를 제외한 세계 텔레비전 시장은 2021년 상반기에 33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증가했다. 반면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자제품 수명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을 고치거나 업그레이드를 해서 다시 쓰는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포럼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평균적으로 일반 가정에 있는 전자제품 72개 중 11개는 더는 사용하지 않거나 고장난 상태다. 쓰지도 않는데 집에 방치해 놓고 있는 전자제품이 1인당 매년 4~5㎏에 이른다. 프랑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각 가정의 서랍 등에 처박혀 있는 휴대폰이 5400만~1억1300만대로 추정된다. 무게로 따지면 10~20톤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의 경우 한 해 1억5100만대, 하루 평균 41만6천대의 휴대폰이 버려져, 결국 소각되거나 쓰레기장에 매립된다. 미국 쓰레기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의 40%가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나온다고 포럼은 밝혔다.
유럽의 경우 전자제품 7개 중 1개는 쓰지도 않은 채 집 안에 방치돼 있다. WEEE포럼 제공
전자제품 1톤 재활용하면 탄소 2톤 배출 막아 전자제품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금속 자원이 많다. 따라서 다 쓴 제품을 잘 수거하면 환경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포럼의 파스칼 르로이 사무총장은 “시민들이 중고 또는 고장난 제품을 반납하거나 되팔거나 기부하지 않으면 새로운 자원을 계속 캐내야 한다”며 “1톤의 전자제품을 재활용하면 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럼이 국제전자폐기물의 날(10월14일)을 맞아 공개한 시민 인터뷰 영상을 보면, 일반 시민들은 전자폐기물의 재활용률을 40~50%로 추정했다. 포럼은 그러나 실제 재활용률은 그 절반도 안 되는 17.4%(2019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휴대폰과 태블릿, 컴퓨터를 비롯한 소형 아이티 기기들의 경우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가 특히 수거 및 재활용을 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됐다.
휴대폰 1톤에는 금광석 1톤보다 더 많은 금이 들어 있다. 언스플래시
휴대폰 1톤 속의 금, 금광석 1톤보다 많아 유엔대학의 지속가능사이클(SCYCLE) 프로그램 총괄책임자인 루디거 케르(Ruediger Kuehr)는 “폐기된 휴대폰 1톤에는 금광석 1톤보다 더 많은 금이 있다”며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휴대폰 100만대에는 금 24㎏, 구리 1만6000㎏, 은 350㎏, 팔라듐 14㎏이 포함돼 있다. 그는 “제품을 수거하면 이런 금속 광물을 얼마든지 회수해 다시 제품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새로운 자연 자원을 캐내야 하고 이는 곧 환경에 큰 해를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폐기물에서 금속을 회수하면 순수하게 자연에서 채굴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는 2019년 한 해에만 적게 잡아도 570억달러(약 68조원) 가치에 해당하는 금속 자원이 수거되지 않고 버려지거나 소각된 것으로 추정했다. 포럼의 국제전자폐기물의 날 담당자인 막달레나 차리타노비치는 보도자료에서 “소비자들은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이를 위해선 충분한 정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전자폐기물을 올바르게 처분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규범이 될 수 있도록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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