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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걷고 날고 보드 타고…두발에 날개 단 로봇 ‘레오’ 탄생

등록 2021-10-13 09:59수정 2021-10-13 10:28

미 캘리포니아공대 한국인 과학자 정순조 교수 연구팀 개발
4개 프로펠러와 하이힐 신은 듯한 두발 필요따라 교대로 사용
‘사이언스 로보틱스’ 10월호 표지에 실린, 비행하는 이족로봇 ‘레오’. 사이언스 로보틱스
‘사이언스 로보틱스’ 10월호 표지에 실린, 비행하는 이족로봇 ‘레오’. 사이언스 로보틱스

“땅 위를 걷다가 필요하면 공중을 날고, 때론 보드나 줄을 타고 이동한다.”

주변 환경의 특성에 맞춰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천후 이동 로봇’이 선을 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자율시스템 및 기술센터(CAST) 연구진은 걷기와 비행 능력을 기반으로 외줄 타기, 스케이트보드 타기까지 가능한 이족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0월호 표지 사진으로 실린 이 로봇의 이름은 레오나르도(LEONARDO=LEgs ONboARD drOne, 약칭 레오)다. 다리와 프로펠러를 함께 사용하는 로봇은 레오가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한국인 과학자 정순조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레오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들이 어떻게 전선 위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폴짝폴짝 뛰어다는지 생각해보라”며 “새가 보행과 비행 사이에서 보여주는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행동을 파악해, 그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오의 외형 구조. 발 뒤꿈치에 굽을 넣고, 머리에 보호용 헬멧을 씌운 것이 눈길을 끈다. 칼텍 제공
레오의 외형 구조. 발 뒤꿈치에 굽을 넣고, 머리에 보호용 헬멧을 씌운 것이 눈길을 끈다. 칼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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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로봇과 비행 로봇의 장점 결합

키 75㎝, 몸무게 2.6㎏인 레오는 보행 로봇과 비행 로봇의 장점을 결합했다. 보행 로봇은 점프, 달리기, 계단 오르기 등 인간이 이동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걷는다. 그러나 거칠고 험한 지형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비행 로봇이라면 이런 지형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비행을 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마냥 비행만 할 수는 없다. 평소엔 에너지가 덜 드는 보행이 실용적이다.

김규남 박사후연구원은 “다중모드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은 사용 가능한 이동수단으로 적절하게 전환해가며 기존 로봇보다 효율적으로 까다로운 지형을 통과할 수 있다”며 “레오는 그 중에서도 비행과 이족보행이라는 두 가지 다른 영역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로봇 시스템에서는 없었던 방식이다.

정 교수는 “제트팩을 입은 인간이 이착륙할 때 다리와 발을 제어하는 ​​방식과 레오가 프로펠러와 다리 관절을 제어하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외줄타기 하는 레오. 칼텍 제공
외줄타기 하는 레오. 칼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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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도 프로펠러 이용해 몸의 균형 유지

다중 이동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레오의 두 다리에는 관절이 3개씩 있으며 두 어깨에는 앞뒤로 모두 4개의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특히 발 뒤쪽에 높은 굽을 단 것이 눈길을 끈다. 마치 다리가 가느다란 새가 하이힐을 신은 듯한 느낌을 준다.

걷는 방식은 사람과 같다. 사람은 걸을 때 다리 위치와 방향을 조정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레오도 같은 방식을 쓴다. 프로펠러가 로봇이 걸을 때 몸의 균형을 잡아 똑바로 서도록 해주고, 다리 액추에이터는 다리 위치를 바꿔 로봇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켜준다.

걷는 속도는 초당 최대 20㎝다. 프로펠러는 걸을 때뿐 아니라 미끄러운 표면을 이동하거나 외줄,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도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롤러보드를 타는 레오. 칼텍 제공
롤러보드를 타는 레오. 칼텍 제공

비행할 때는 프로펠러만 사용해 드론처럼 날아간다. 또 다른 논문 공동저자인 대학원생 엘레나-소리나 루푸는 “프로펠러 덕분에 옆에서 힘차게 쿡 찔러도 레오는 넘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패트릭 스필러는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 유형에 따라 레오는 걷기나 비행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필요에 따라 두가지 방식을 섞어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걷는 동안 프로펠러의 도움을 받아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에너지를 매우 많이 소비하는 게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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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벽이나 지붕 작업 등에 투입할 수도

연구진은 앞으로 무게를 더 많이 지탱하면서도 프로펠러의 도움을 덜 받는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로봇이 다리로 지탱하는 무게와 험한 지형을 걸어갈 때 프로펠러로 지탱해야 하는 무게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레오에 쓰인 기술은 비행기기의 착륙장치 시스템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컨대 미래의 화성 헬기에 레오의 다리를 장착하면 경사진 곳이나 거친 지형 등 까다로운 장소에 착륙할 때도 동체가 쉽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고압선 검사, 교량이나 고층 건물 벽의 페인트칠, 건물 지붕 작업 등 거더기 높은 장소에서 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에 사람 대신 투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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