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청정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30%나 더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그린뉴딜에 착수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선진 7개국이 정작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청정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30%를 더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자선비영리단체인 ‘티어펀드’ 등 국제기구들은 3일(한국시각)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선진 7개국의 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에는 1890억달러(200조원)를 투입한 반면 재생에너지 등 녹색 부문에는 1470억달러(163조원)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선진 7개국은 오는 11일 영국 콘월에서 기후정상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 4개국도 초대됐다. 선진 7개국은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배출하고 있다.
티어펀드와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 국외개발연구소 등 국제기구들은 “선진 7개국이 지난 1년여 동안 화석연료에 대해 직접 투자도 하고 환경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법규를 마련하는 등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청정에너지 전환에 활용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화석연료산업에 투입되는 자금 10달러당 8달러(80%)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의 조건조차 없이 제공됐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투자액 10달러 가운데 1달러(10%)만이 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 기술 등 청정에너지에 투입됐다.
폴 쿡 티어펀드 대외업무부장은 <가디언>에 “선진 7개국의 선택은 기후에 안전한 미래를 향한 전진을 가속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지금까지의 노력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선진 7개국의 행동은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7개국의 풍력과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전기차처럼 화석연료 전력에 의존한 청정에너지, 조건부 화석연료에너지, 조건 없는 화석연료에너지, 바이오연료와 원자력 등 기타 에너지 등 다섯 가지 영역에 대한 투자를 분석했다.
7개국이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곳은 수송부문으로, 에어프랑스, 브리티시에어라인, 루프트한자, 일본항공, 르노자동차, 혼다자동차 등에 막대한 구제금융이 투입됐다. 모두 1150억달러(128조원)가 투입됐는데, 이 가운데 80%는 지원의 반대급부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라는 등의 조건 없이 제공됐다.
보고서는 이런 재정 지원이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들로 하여금 청정화에 대한 부담 없이 향후 수십년 동안 건재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진 7개국이 철도와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청정에너지에 재정 투입을 늘리고 있지만 수송 부문의 투자는 화석연료와 관련해 왜곡을 일으킬 수 있고 7개국이 약속한 더 나은 미래의 재건과 상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