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1일 강원도 홍천에서 기록된 최고기온 극값 41.0도는 온실가스 감축과 상관 없이 가까운 미래에 다시 경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8년 8월1일 강원도 홍천에서는 수은주가 41.0도까지 올라 76년 만에 최고기온 극값(최대값)을 경신했다. 이 기록은 언제 또 깨질까?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6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 발표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한 최고기온 극값을 전망해보니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감축해도 20∼40년 뒤에는 43도에 이르고, 감축 정책을 펴지 않고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최고기온이 49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최 교수 연구팀은 과거 47년(1973∼2019년)과 대표농도경로(RCP) 시나리오 가운데 RCP2.6(인류가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했을 때)과 RCP8.5(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시나리오 기반 아래 미래 60년(2041∼2100년)의 일최고기온, 일최저기온, 일강수량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후 극값의 변화와 미래전망을 도출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고기온 극값은 2018년 8월1일 강원 홍천에서 기록된 41.0도이다. 최저기온 극값(영하 32.6도)은 1981년 1월5일 경기 양평에서 기록됐으며, 2002년 8월31일 강원 강릉에 하루 동안 내린 870.5㎜의 비가 일최다강수량 극값으로 기록돼 있다.
연구팀이 내어놓은 미래전망을 보면, 최고기온은 RCP2.6이어도 2041∼2070년에 대구와 울산에서 43.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RCP8.5에서는 상승폭이 더 커져 2071∼2100년 사이에 대구에서 최고 49.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일최다강수량의 경우 RCP2.6에서는 현재의 극값을 뛰어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RCP8.5에서는 이번 세기 후반기(2071∼2100년)말에 부산에서 1747.7㎜이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 교수는 “기후 극값은 생태계와 보건·농업·수자원·에너지 수급 등 사회경제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고 공간적 차이도 커 적절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역별 상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재현할 수 있는 연도로 확률 계산을 해보니, 5년 안에 다시 40도 기록이 나올 수 있는 지역은 RCP2.6에서는 이번 세기 후반기에 영남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한됐지만, RCP8.5에서는 강원 산지와 지리산 인근 지역을 제외한 전국이 모두 포함됐다. RCP8.5에서는 21세기 후반기에 폭염일수가 60∼70일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 교수는 “미래에는 40도가 넘는 폭염이 일상화돼, 폭염 기준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여름은 열대만큼 더워서 여름보다는 겨울의 아열대화가 생태계에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생태계는 춥고 건조한 겨울에 적응돼 있는데 갈수록 온난하고 습윤해져 생태계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난겨울 많은 해충이 살아남아 방제에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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