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생각]
미끌미끌한 미꾸라지 피부의 점액 분비 구조서 착안
카이스트 연구진, 윤활 표면 고안해 물살 마찰 줄여
미끌미끌한 미꾸라지 피부의 점액 분비 구조서 착안
카이스트 연구진, 윤활 표면 고안해 물살 마찰 줄여
![카이스트 연구진이 물살 마찰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선체 표면의 윤활 구조를 고안해냈다. 픽사베이 카이스트 연구진이 물살 마찰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선체 표면의 윤활 구조를 고안해냈다. 픽사베이](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535/imgdb/original/2020/0918/20200918500279.jpg)
카이스트 연구진이 물살 마찰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선체 표면의 윤활 구조를 고안해냈다. 픽사베이
![엑스선으로 촬영한 미꾸라지의 점액 저장-분비 시스템 사진(왼쪽)과 이를 모방한 연구진의 윤활유 표면 방출 장치 구조도. 둘 다 바닥은 넓고 위는 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 성형진 교수 제공 엑스선으로 촬영한 미꾸라지의 점액 저장-분비 시스템 사진(왼쪽)과 이를 모방한 연구진의 윤활유 표면 방출 장치 구조도. 둘 다 바닥은 넓고 위는 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 성형진 교수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43/imgdb/original/2020/0918/20200918500278.jpg)
엑스선으로 촬영한 미꾸라지의 점액 저장-분비 시스템 사진(왼쪽)과 이를 모방한 연구진의 윤활유 표면 방출 장치 구조도. 둘 다 바닥은 넓고 위는 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 성형진 교수 제공
마찰력 18% 감소...선박 적용 땐 연료 절감 효과 클듯 연구진은 미꾸라지의 점액 분비 시스템을 모방해 윤활유를 방출하는 항아리 형태의 미세구멍을 만들어 실험했다. 구멍의 바닥과 목 부분 비율을 여러가지로 바꿔가며 실험한 결과 윤활유가 지속적으로 방출되면서 물과의 마찰력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멍의 개방률(바닥 지름 대비 목 지름 비율)이 클수록 윤활유가 더 많이 방출되면서 선박의 표면을 따라 퍼져나갔다. 또 목 부분을 더 길쭉하게 늘려주면 윤활제가 표면에 조금 더 두텁게 퍼지는 효과가 있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마찰력이 약 18%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찰력이 줄어드는 만큼 선박의 연비는 좋아진다. 구멍 개방률 60%에서 마찰력 감소율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방법을 선박에 적용할 경우, 밖으로 배출된 윤활유가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지 않을까? 성 교수는 이에 대해 생물의 점액 분비 조직처럼 윤활유도 아주 미세한 구멍을 통해 배출돼 표면을 덮기 때문에 생물에 해를 줄 만한 양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실험에서 사용한 미세구멍의 지름은 불과 100나노미터(0.1마이크론=0.0001밀리미터) 정도였다. 연구진은 또 무해한 윤활유가 개발돼 있는 만큼 이런 윤활유를 쓰면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실험에서 사용한 윤활유는 듀폰의 크라이톡스(Krytox GPL 103)였다. 성 교수는 "한국에서도 홍합 추출물을 이용한 친환경 윤활유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체 역학에 바탕한 선체 표면의 윤활 원리와 최적 설계 구조를 밝힌 기초 연구다. 성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를 통해 선체에 윤활 표면을 구현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상당히 규명했다"며 연구 성과가 실제 선박에서도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스트래스클라이드(Strathclyde)대의 지밍유안 교수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연구"라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실험 결과를 실제 선박에 적용하려면 여러가지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볼 때 윤활유를 주입한 표면을 이용해 대형 선박의 항력을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물리학회(AIP)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 (Physics of Fluids) 9월15일치에 `항력을 줄이는 윤활유 주입형 미끄럼표면'(A lubricant-infused slip surface for drag reduction)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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