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곰자리에 위치한 중심별 백두(8 우미)와 외계행성 한라(8 우미 비). 국자 자루 모양의 끝 부분이 북극성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먼 우주에 있는 별과 외계행성에 민족의 영산인 ‘백두’와 ‘한라’ 이름이 붙는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17일 “국제천문연맹(IAU)이 창립 100돌을 맞아 세계적으로 진행한 ‘
외계행성 이름짓기 캠페인’(NameExoWorld)에서 한국이 참여한 별과 외계행성에 각각 ‘백두’와 ‘한라’ 이름이 붙었다”고 밝혔다.
국제천문연맹은 각 나라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연관성 등을 고려해 이름 붙일 외계행성을 배정해, 우리나라는 이병철 천문연 변광천체그룹 책임연구원 등이 2015년 경북 영천에 있는 보현산천문대 망원경으로 발견한 외계행성 ‘8 우미 비’(8 UMi b)와 그 항성인 ‘8 우미’(8 UMi)를 이름 짓기 대상으로 선정했다. 천문연은 지난 8월부터 두달 동안 온라인 공모로 325건의 이름을 접수해 국민투표 등을 거쳐 두 이름을 뽑았다. 앞으로 백두(Baekdu)와 한라(Halla)는 과학적인 명칭과 함께 세계 공용으로 사용된다. 이름을 제안한 채중석(51·서울 혜화경찰서 경찰관)씨는 “북쪽의 백두산과 남쪽의 한라산에서 착안해 평화통일과 우리 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름에는 ‘우리’ ‘나라’, ‘누리’ ‘마루’, ‘미리내’ ‘미르’ 등도 제안됐다.
국제천문연맹(IAU)이 최종 선정해 발표한 이름 백두와 한라의 그래픽 이미지.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8 우미’ 외계행성계는 태양에서 520광년 거리에 있으며, 북극성이 포함된 작은곰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작은 곰자리는 북두칠성이라 불리는 큰 국자 모양의 큰곰자리를 빼닮아 작은 국자로도 불린다. 8 우미는 태양보다 1.8배 무겁고 겉보기 등급이 6.83등급으로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다.
국제천문연맹은 1919년 설립됐으며 약 100개국 1만3500여명의 천문학자를 회원으로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학 분야 국제기구이다. 천문연맹은 2015년에 이어 이번에 창립 100돌을 기념해 두번째 이름짓기 캠페인을 벌였다. 이번 행사에는 110여개국에서 36만건의 이름 제안서가 접수됐으며, 직접 참여자도 78만명에 이르렀다.
국제천문연맹(IAU) 창립 100주년 기념 로고.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천문연맹은 올해 유엔이 지정한 ‘국제 토착언어의 해’를 기념해 각국의 고유 언어를 사용한 이름을 제안하도록 장려한 결과 이번에 선정된 이름들 중 수십여개가 토착어 어원의 단어들로 이뤄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모쿠이트 원주민이 제출한 제안서를 천문연맹에 제출해 채택됐는데, 어미별 ‘HD 48265’에는 모쿠이트어로 형제·가족을 의미하는 말(Nosaxa)이, 외계행성 ‘HD 48265 b’에는 봄을 뜻하는 말(Naqaya)이 이름붙었다.
외계행성은 태양계 밖 우주에 있는 다른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말하는데, 지금까지 4천개 이상이 발견됐다. 새로 발견되는 외계행성 수는 2.5년마다 두 배씩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외계행성 이름짓기 캠페인 매니저인 에두아르도 몬파르디니 펜테도는 “일반 대중에게 100여개의 새로운 외계행성계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미래에 추가로 발견될지도 모르는 행성들의 이름을 같은 주제 안에서 지을 수 있도록 확장성까지 고려해 이름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