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민간 달 탐사선 베레시트가 착륙 시도 중 고도 22km 지점에서 찍은 사진. 스페이스일 제공
사상 최초의 민간 탐사선 달 착륙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일(SpaceIL)이 국영기업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과 함께 쏘아올린 탐사선 베레시트(창세기라는 뜻)는 1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12일 새벽 4시)께 달 북위 25도, 동경 15도 `맑음의 바다'(Mare Serenitatis) 북동쪽 지역에 착륙을 시도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행된 착륙 과정은 처음엔 순조롭게 진행됐다. 베레시트는 고도 22km 상공에서는 달 표면의 사진을 찍어 전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고도 7km 지점에서 엔진이 갑자기 멈춘 뒤 다시 작동을 재개했으나 고도 150미터 지점에서 통신까지 끊기면서 10시25분(한국시간 오전 4시25분) 스페이스일은 착륙 실패를 선언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 번째 달 착륙 국가로 올라서는 기회를 목전에서 놓치고 말았다.
베레시트가 마지막으로 찍어 보낸 달 표면 사진.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 오페르 도론 이사는 "불행하게도 착륙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달 궤도에 닿은 7번째 국가이자 달 표면에 당도한 네번째 국가"라며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말했다.
탐사선에는 카메라, 자력계, 나사의 역반사경이 탑재돼 있었다. 탐사선은 이 장치로 착륙 지점의 상세한 지형을 촬영하고, 지구와의 정확한 거리와 달 자기장을 측정할 예정이었다.
2월21일 지구를 출발한 베레시트는 그동안 지구와 달 궤도를 6번 돌면서 총 650만km를 날아 지난 4일 달 궤도에 도착했다.
베레시트 착륙 상상도. 이 그림은 실현되지 못했다.
민간 달 탐사 경쟁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스페이스일의 달 착륙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 기업에 100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할 방침이다. 스페이스일은 2011년 이스라엘의 젊은 엔지니어 3인이 설립한 비영리 기업으로, 엑스프라이즈재단이 구글의 후원을 받아 주최한 민간 달 탐사 경진대회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에서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5개 기업 중 하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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