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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토우·하진·혼몽…황사 별명은 열 두 가지

등록 2019-02-10 08:59수정 2019-02-10 14:30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삼국유사 등 역사서에 290번 기록
최초는 174년 신라 때 ‘우토’
조선 때 하진과 혼몽 많이 쓰여
지금처럼 70% 이상이 봄철에 집중
몽골 울란바토르 북쪽 바양노르에서 봄철에 누런 모래바람(황사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몽골 울란바토르 북쪽 바양노르에서 봄철에 누런 모래바람(황사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전국 평균 4.8일의 황사가 나타났다. 황사는 미세먼지에 ‘유명세’를 내줬지만 여전히 주로 봄철에 한반도를 자주 찾는 기상현상이다.

충북대 연구팀이 한국기상학회가 발간하는 <대기>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서운관지> <국조역상고> 등에 황사 현상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어들을 조사한 결과 우토(雨土), 토우(土雨), 하진(下塵), 혼몽(昏?) 등 모두 12가지가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사 현상은 신라 때 8건, 고구려 1건, 백제 2건, 고려 69건, 조선 210건 등 모두 290건 기록돼 있다. 가장 먼저 황사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신라 아달라 왕(이사금) 때인 서기 174년 1월로 ‘우토’라고 표현했다. 우토는 우리나라 역사서에서 처음 확인되는 황사에 대한 기록으로 일부에서는 ‘흙이 비처럼 내리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흙이 비처럼 내리는 것’을 뜻한다는 해석이 본래 의미에 맞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은 황사를 뜻하는 우리말로 ‘흙비’를 쓰며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흙비를 ‘바람에 날려 올라갔던 모래흙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것. 또는 그러한 현상’으로 풀이해 놓았다. 황사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에 쓰이기 시작했다.(참조 [조천호의 파란하늘] ‘먼지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토와 황무(黃霧, 누런 안개라는 뜻)처럼 거의 모든 왕조의 기록에서 확인되는 용어도 있지만 혼몽(昏?, 昏蒙, 흐릿하고 어두움)은 고려와 조선에서만 쓰였다. 황적무(黃赤霧, 누런 빛을 가진 붉은 색 안개), 우황토(雨黃土, 누런 흙이 섞여 내린 비), 황진(黃塵, 누런 먼지) 등은 고려 역사기록에서만 발견되고, 토우, 매(?), 황애(黃?, 黃靄), 하진은 조선 역사서에만 쓰였다. 매는 흙비를 의미하는 한자 용어로, 중국에서는 5천년 전 갑골문자에 등장했다. 7세기 <진서(晉書)>에 수록된 ‘천문지’(天文志)에는 매를 ‘천지 사방이 어둡고 먼지가 떨어지는데, 옷이 젖지 않고 흙이 남아 있는 것’을 뜻한다고 돼 있다. 연구팀은 장마와 관련한 매우(?雨)라는 용어와 달리 황사를 의미할 때는 매라는 글자 한 자만 쓴 것으로 분석했다. 황애(黃?)는 누런 먼지를, 황애(黃靄)는 누런 아지랑이를 뜻하지만 모두 황사를 표현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류했다.

이 가운데 하진과 혼몽은 가장 많이 쓰였는데, 이들 용어가 조선 시대 기상관서인 서운관에 대한 기록인 <서운관지>에서 자연현상을 관찰할 때 작성하는 방법으로 적시됐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국 역사서에 기록된 황사 현상의 월별 분포를 보면 3~5월에 212건이 몰려 전체의 73.1%가 봄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록이 많은 조선조만 따지면 3월에 28건, 4월 85건, 5월 60건으로 전체 210건 중 82.4%인 173건이 봄철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1973~2018년 전국 평균 황사 일수 264.9일 가운데 3~5월에 219.4일(82.8%)이 집중된 것과 매우 유사하다.

황사가 장기간 지속된 기록들도 여럿 있다. 신라 진평왕 49년(서기 627년) 3월에 발생한 황사는 닷새 동안 지속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 태종 6년(1406년) 2월에는 9일(양력 27일)부터 14일 동안 계속됐다고 기록돼 있다. 선조 39년(1606년)에는 가을철임에도 9월1일(양력 10월2일)부터 열흘 동안 황사가 지속됐다.

조선 때 황사 기록은 17세기 중반에 집중되고 16세기 중반과 18세기 중반에도 몰려 있는 반면 19세기 이후에는 기록이 급감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만 근현대 이후 한반도 안에서 발생한 황사 빈도 수를 살펴보면 연속적이거나 균일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근대 이전 사람들이 장마나 추위처럼 해마다 특정 시기에 꾸준히 발생하는 기상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황사의 경우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맞지만 연도별 분포가 연속적이지도 균일하지도 않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록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역사서에서 황사 현상을 직접 표현하는 경우 외에도 황사와 관련한 기록들을 90건 수집했는데 주로 황사 발생 한달 전후에 집중돼 황사 현상을 재해나 재이로 다뤘음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반적으로 황사 현상이 발생하면 신하들은 가장 먼저 왕이 ‘공구수성’할 것을 요청했다. 공구수성은 몹시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한다는 의미이다. 왕은 또 신하들한테 상하를 막론하고 구언(제언)할 것을 명령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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