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 시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중해 연안 세계문화유산이 지구온난화로 손상될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레나 라이만(Lena Reimann) 연구원 제공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베네치아 시가를 비롯한 수십 곳의 세계문화유산이 이번 세기 안에 침수 또는 손상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킬 대학교의 레나 라이만(Lena Reimann)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진은 지중해 연안에 몰려 있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49곳이 해수면 상승으로 받을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2곳을 뺀 전부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미국 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밝혔다. 지중해 주변 분지는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이 집중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은 현재 추세의 해수면 상승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이 지역 홍수와 해안침식 가능성에 대한 표(인덱스)를 개발했다. 그 결과 전체 49곳 가운데 37곳이 ‘100년 만의 홍수’(1%의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홍수)에 침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42곳은 연안 지역 땅이 침식되면서 손상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상승으로 2100년까지 홍수 위험은 50%, 침식 위험은 13% 증가하며 이런 피해로부터 안전한 곳은 튀니스의 메디나(Medina)와 터키의 크산토스-레툰(Xanthos-Letoon) 두 곳에 불과했다.
가장 큰 위험을 받는 곳은 레바논의 티레(Tyre), 스페인의 타라고나(Tarraco), 터키 에페수스(Ephesus)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 대상 유산에는 이탈리아 아퀼레이아 지역의 바실리카 유적, 로도스 섬의 중세 도시, 페레라의 르네상스 유적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 유산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그 놀라운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을 널리 알려 “현재의 기후 변화 추세를 억제하기 위한 경각심과 빠른 대응책 도입 필요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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