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캐나다 연구진이 야생 참새에게 인공적으로 노래를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 새가 어떻게 노래를 배우는지에 대해선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이 연구는 이에 대한 새 발판을 제공할 전망이다.
캐나다 윈저 대학 다니엘 메닐(Daniel Mennill) 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노랑눈썹북미참새(Savanna Sparrow)에게 스피커를 통해 인공적으로 노래를 가르치는 실험을 통해 발견한 연구 내용을
학술지 <커렌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4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메닐 교수는 “지금까지 새의 노래 학습 연구는 대부분 통제된 실험실 실험이 많았다”며 실제 자연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이번 연구의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캐나다 동부의 뉴 브런즈윅 해안 앞의 외딴 켄트 섬에 사는 야생 참새에 주목했다. 새들도 인간처럼 사투리가 있다고 한다. 이 섬에 사는 노랑눈썹북미참새의 노래는 4800㎞ 거리 서부 연안에 사는 같은 종 참새의 노래와 서로 분명히 구분된다. 연구진은 켄트 섬에 서부 연안 참새의 노래를 무작위한 간격으로 재생하는 스피커를 곳곳에 숨겨두고 이 섬 참새 노래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과연 다른 지방의 노래를 부를까 하는 연구진의 의구심과 달리 이 지역 일부 새들이 실제 이 노래를 지저귀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에 이주했다가 다시 돌아온 새들이 스피커를 통해 배운 서부 지역 노래를 지저귄 것이다. 메닐 교수는
과학잡지 <디스커버>와 인터뷰에서 “처음 그 노래를 부른 새를 아직도 기억한다. 밝은 파랑, 검정, 밝은 파랑이 섞인 색이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실험 기간 태어난 새들의 약 3분의 1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랑눈썹북미참새의 새로운 노래 학습에 대한 그래픽. 가장 위의 차트가 원래 부르던 노래, 두 번째 차트가 연구진이 가르친 새로운 노래, 가장 밑의 차트가 이를 배운 참새의 노래를 뜻한다. 다니엘 메닐(Daniel Mennill) 교수 제공
이 연구는 아직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새의 노래 학습 기제에 대한 이해에 적잖은 도움을 줄 전망이다. 지금까지 실험실 연구에선 새들이 부모로부터 노래를 배운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선 부모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어른들(또는 스피커)로부터도 노래를 배운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또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 참새가 특정 노래를 부르기 위해선 알에서 나오자마자 그 노래를 들어야 하며 동시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가 새끼를 낳으려 다시 살던 동네로 돌아왔을 때, 같은 노래를 다시 들어야지만 부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메닐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마치 사람이 어릴 때 능숙하게 새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새도 어릴 때 해당 노래에 노출되어야 이에 대한 신경회로가 생성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또 “사람이 불어와 영어를 둘 다 할 수 있어도 불어를 쓰는 동네에 오면 불어를 쓰듯이, 이 동네가 불어를 쓰는 동네라고 생각하면 짝을 찾고 관계를 맺기 위해 같은 언어(노래)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 섬 참새의 3분의 1만 새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지는 아직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연구진은 노래가 재생된 주기, 스피커로부터 주변 새 둥지의 거리 등의 요소를 고려했지만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닐 교수는 현재 스피커를 끄고 일부가 새로운 노래를 배운 참새 집단의 자식들이 앞으로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