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한 업계일수록 동료끼리는 서로 더 믿고 존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경쟁이 심한 업종일수록 직장 동료끼리는 더 신뢰하고 잘 협력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와 미국 연구진은 미국과 독일 산업과 종사자를 조사하고 인간 진화 측면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19일(미국 현지시각)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기업 통계, 북미 산업 분류 시스템, 허핀달 인덱스(Herfindahl index·산업별 기업 크기와 경쟁 등에 대한 지표) 등을 참조해 세 나라 업계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업종의 경쟁 수준이 얼마나 심한지에 대한 공식을 도출했다. 또 미국과 독일 인력이 어디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 업종별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에 대한 분석에 보탰다. 끝으로 다양한 업종의 미국과 독일 사람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동료에 대한 신뢰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동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경쟁이 치열하다고 생각하는 법조와 금융업계가 대표적이다. 판매업계도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했는데, 예를 들어 외부에는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중고차 판매업의 경우 이른바 ‘업자’끼리는 서로 존중하고 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주저자인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경제학자, 패트릭 프랑수아(Patrick Francois)는
“서로 다른 데이터 소스에 걸쳐서 이런 결과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라웠다”며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나누어 분석하든, 경쟁이 치열한 업종일수록 동료 간 신뢰의 일반적 수준이 높다는 것은 같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2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실험실 실험도 진행했다. 그룹을 나누어 게임을 진행하고 같은 그룹에 속한 사람 사이 신뢰를 측정했는데 치열한 게임일수록 역시 신뢰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수행한 배경에는 다른 동물에게선 살펴보기 힘든 인간의 ‘혈족 외 사회성’(nonkin prosociality)의 기원을 살펴보는 게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혈연관계를 맺지 않은 이들과도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는 거의 유일한 종이다. 이에 대해 프랑수아 박사는 이번 연구가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사회 도태(social selection)가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즉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믿을만한 동료를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반대로 한가한 업종이라면 굳이 동료애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