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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소리→전기신호 변환’ 청각 통로 단백질 규명

등록 2018-08-28 16:36수정 2018-08-28 18:08

미국 하버드의대 등 연구진 논문
달팽이관 특정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 밝혀
소리자극 때 전기적 흐름 여닫는 통로 구실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뇌에 신호 전달
“오랜 논란 끝낼 명확한 증거 확인”
속귀(내이) 달팽이관에 있는 유모세포들과 미세 융모들. 소리와 머리운동 같은 역학적인 자극이 유모세포의 융모를 통해 감지되며, 그것은 다시 뇌 신경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인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뇌에 전달된다. 최근 전기신호 변환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유모세포의 특정 단백질(TMC1)의 구조와 기능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속귀(내이) 달팽이관에 있는 유모세포들과 미세 융모들. 소리와 머리운동 같은 역학적인 자극이 유모세포의 융모를 통해 감지되며, 그것은 다시 뇌 신경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인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뇌에 전달된다. 최근 전기신호 변환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유모세포의 특정 단백질(TMC1)의 구조와 기능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뇌에서 소리를 지각하려면, 소리 자극은 먼저 생물학적인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 신경에 전달돼야 한다. 소리가 전기신호로 바뀌는 변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각 세포 연구의 어려움 때문에 청각의 분자 메커니즘은 아직 생화학 수준까지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고 한다. 속귀(내이)에 있는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들(hair cells)이 소리 자극을 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지만, 그 유모세포의 단백질들 중 어느 것이 신호 변환의 핵심 역할을 하는지는 실험 증거로 명확히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 소속 제프리 홀트 등 공동연구진은 달팽이관 유모세포에 있는 단백질 티엠시1(TMC1, 유전자 Tmc1)이 음파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뇌 신경에 전달하는 데 중요한 관문 구실을 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며, 그 결과를 과학저널 <뉴런>에 보고했다. 실험에서는,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 티엠시1이 쌍 구조를 이루어 소리나 머리 움직임 같은 역학적 자극이 있을 때 세포막 안팎의 전기적 흐름을 열고 닫는 통로 단백질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세포막에서 티엠시1 단백질의 통로 구멍이 열리고 닫힘으로써 칼슘 이온과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팎을 드나들어 뇌 신경에 전달될 전기신호 생성이 조절된다는 것이다.

사실, 티엠시1 단백질이 이번에 처음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이 단백질은 20002년에 청각과 관련한 단백질로 이미 보고되었으며, 2011년에는 청각 신호 변환에 필수적인 단백질이라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지난해에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법을 써서 청력손실 질환 모델 쥐의 귀에서 티엠시1 단백질의 유전자를 변형함으로써 청력상실 증상을 늦출 수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처럼 티엠시1이 청각과 관련해 중요 유전자 또는 단백질로 알려져 왔으나, 그것이 소리 자극 때에 실제로 전기신호를 생성하는 ‘통로 단백질(이온채널)’의 기능을 하는지에 관해서는 실험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논란이 이어져 왔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티엠시1의 기능을 확인하는 실험 증거가 되며, 티엠시1의 기능을 둘러싸고 벌어진 그동안의 논란을 끝낼 만한 분명한 증거가 되리라고 하버드대학 매체 <가제트>에 밝혔다.

<가제트>와 <포브스>의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먼저 구조가 유사한 다른 통로 단백질(‘TMEM16’)에 기반을 둔 컴퓨터 모형 분석을 통해서, 티엠시1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 구조에서 전기적 흐름의 통로 구멍이 될 만한 아미노산 지점 17곳을 후보로 예측해냈다. 이어 그 지점의 본래 아미노산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17가지의 돌연변이를 하나씩 만든 다음에 그 각각의 돌연변이 단백질이 실험용 쥐의 유모세포들에서 각각 발현하게 했다. 그러고서 소리 자극이 있을 때 생성되는 전기신호의 흐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각각 측정해 돌연변이 없는 정상 단백질과 비교했다.

돌연변이를 이용한 실험방법은 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긴 아미노산 서열 구조에서 특정 지점 아미노산을 일부러 본래 것에서 다른 것으로 바꿀 때 나타나는 기능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그 아미노산 서열 지점의 본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은 연구진이 <가제트>에 전한 설명이다.

“(이런 실험방법은 어떤 엔진 각 부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엔지니어가 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모세포도 자동차 엔진처럼 가동되는 동안에 살펴보아야 한다. 피스톤이나 점화플러그 그 자체만으로 그것이 각각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할 수는 없다. 각 부품을 변경해 엔진에 다시 집어넣을 때에, 나타나는 효과를 살펴보아야 한다.”

실험결과에서는, 티엠시1 단백질의 17개 돌연변이 중 5개 돌연변이에서 전기신호 흐름이 최대 80%가량 줄어들었으며 특히 다른 1개 돌연변이에서는 전기신호가 아예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티엠시1 단백질에서 특정 아미노산 서열 지점들에 변이가 생길 때 전기신호 생성이 크게 줄거나 차단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런 감소 또는 차단 효과를 일으킨 돌연변이 지점이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데 핵심적인 통로 구멍의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유모세포들이 있는 속귀의 달팽이관. 미국 하버드의대 제공
유모세포들이 있는 속귀의 달팽이관. 미국 하버드의대 제공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티엠시1이 소리와 머리운동을 뇌신경이 이해할 전기신호로 변환해주는 중대한 분자센서임을 명확히 입증해준다”고 말했다. 티엠시1는 포유류뿐 아니라 조류, 어류 등 동물에 널리 간직된 청각 관련 유전자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티엠시1만이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유일한’ 통로 단백질인지는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 비슷한 구실을 하는 여러 단백질들 중 하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실험결과는 티엠시1 단백질의 주요한 아미노산 지점에 변이가 일어나 특정 지점의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 소리 자극이 있더라도 전기신호가 생성되지 않아 뇌 신경에서 소리를 지각할 수 없는 청력상실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티엠시1 단백질의 기능 확인으로 청력상실 증상과 치료방법에 대한 기초연구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속귀(내이)의 유모세포들(hari cells)에서 역학적 감각전달 채널의 경로를 형성하는 단백질이 어느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전학적, 해부학적, 생리학적 증거는 유모세포의 감각 전달에서 ‘세포 막간 통로 유사단백질 1, 즉 TMC1의 역할을 뒷받침하지만 TMC 단백질의 분자 기능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우리 연구진은 TMC1 이합체를 뒷받침하는 생화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아울러 이량체 TMEM16 통로 단백질과 유사함을 지닌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구조 분석과 서열 분석을 제시한다. TMC1의 통로 구멍 영역을 식별하기 위하여, 우리는 시스테인 돌연변이 유발 기법을 사용하여 Tmc1/2 없는 마우스의 유모세포들에다 TMC1 돌연변이를 발현시켰다. 시스테인 변형 시약은 역학적 감각 전달의 속성을 신속하고 비가역적으로 변화시켰다. 우리는 TMC1이 TMEM16 통로 단백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또한 거기에는 통로구멍을 따라 4개의 도메인, 즉 S4~S7을 갖춘 10개의 막간 도메인이 포함돼 있음을 제시한다. 이런 데이터는 TMC1이 청각 및 전정 유모세포에서 감각 전달 통로의 구멍을 형성하는 성분이라는 강한 증거를 제공한다.

[Neuron, https://doi.org/10.1016/j.neuron.2018.07.033]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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