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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명화 ‘절규’ 속 하늘은 석양의 진주구름”

등록 2018-07-30 16:43수정 2018-07-31 10:20

지난해 노르웨이 연구진 해석 이어
영미 연구진, 자세한 분석결과 뒷받침
성층권 구름에 석양 영롱한 빛 품어
진주구름(자개구름).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진주구름(자개구름).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친구 둘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해질녘이었다. 갑자기 하늘은 핏빛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멈추어 서서 말할 수 없는 피로를 느끼며 난간에 기대었다. […] 내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고, 나는 뒤쳐져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 엄청난, 무한한 자연의 절규를 들었다.”(위키피디어, ‘뭉크’ 표제어)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자신의 유명한 그림 <절규>에 관해 남긴 글이다. 자연의 절규는 핏빛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이었을까? 그림의 배경이 된 절규하는 핏빛 하늘은 화가 뭉크의 어지러운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예술적 상상의 표현일까? 아니면 화가의 실제 시각적 경험을 화폭에 담은 것일까?

뭉크의 글만으로는 누구도 확언할 수야 없지만, 미술평론가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상학 연구자들은 <절규>의 일렁이는 붉은 하늘이 아마도 노르웨이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진주구름’을 묘사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미국 럿거스대학 등 기상학·지구물리학 연구자 3인은 뭉크의 <절규>에서 배경으로 그려진 하늘의 모습이 극지방 주변 고위도의 겨울철에 성층권에서 일몰 즈음에 무지갯빛을 띠며 드물게 나타나는 이른바 ‘진주구름(자개구름, nacreous clouds)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결과를 <미국기상학회 공보>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런 해석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지구과학 연구자 3인이 영국 왕립기상학회지인 <날씨(Whether)>에 낸 논문에서 대략 고도 20-30km에 있는 겨울철 성층권에는 '진주구름(자개구름)이 드물게 나타나는데, 가시광선 파장에 가까운 크기의 구름 입자들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산란(미[Mie] 산란) 때문에 진주 같은 몽롱한 빛을 연출한다면서 뭉크가 엄청난 인상을 받고서 화폭에 담은 것이 바로 이 진주구름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과 주장을 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번 영미 연구진은 이런 해석을 다시 확인하면서 그 주장의 근거를 좀 더 자세하게 밝힌 분석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절규>의 붉은 하늘과 구름을 두고는 그동안 여러 해석이 있었다고 한다. 먼저, 화가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예술적 상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 그리고 1883년 지구적인 영향을 끼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Krakatau) 화산 대폭발 이후에 그 여파로 나타난 이른바 ‘화산 석양’의 풍광을 뭉크가 접하고서 나중에 인상적인 기억을 되살려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노르웨이 연구진은 그것이 노르웨이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진주구름의 형상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뭉크는 1893-1910년 기간에 파스텔, 크레용 등을 이용해 의 네 가지 판본 그림을 그려 남겼다. 출처: (2018)
뭉크는 1893-1910년 기간에 파스텔, 크레용 등을 이용해 의 네 가지 판본 그림을 그려 남겼다. 출처: (2018)
뭉크는 1893-1910년 기간에 파스텔, 크레용 등을 이용해 <절규>의 네 가지 판본 그림을 그려 남겼다(이중에서 1985년에 그린 <절규>가 2012년 소더비에서 1억1992만 달러에 팔린 바 있다).

이번 연구진은 뭉크의 <절규>에 나타난 하늘의 색채와 구름의 패턴 요소들을 평상시 석양 때의 구름, 화산의 영향으로 석양 때 나타나는 구름 등의 자연 사진들과 비교해 정량적 평가기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에서는, <절규>의 그림에 나오는 하늘의 색채와 구름의 패턴이, 일몰 즈음이나 그 직후에 지평선 너머에서 오는 빛에 의해 성층권 구름(주로 얼음과 질산으로 구성)이 진주처럼 영롱한 진주구름의 색채를 띨 때와 가장 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절규>에서는 진주구름이 무지갯빛 영롱함보다는 주로 붉은 색채 위주로 표현되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미국 럿거스대학 기상학 연구자 등은 (왼쪽)의 배경인 하늘 그림은은 뭉크가 자연의 진주구름(오른쪽)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색적인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럿거스대학
미국 럿거스대학 기상학 연구자 등은 (왼쪽)의 배경인 하늘 그림은은 뭉크가 자연의 진주구름(오른쪽)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색적인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출처: 럿거스대학
연구진은 논문에서 “하늘을 이런 식으로 그리도록 뭉크에게 영감을 준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다만 “뭉크가 1883-1910년 시기에 진주구름을 관찰할 많은 기회를 가졌고 그것들이 기록으로도 남아 있는데, 그 시가에 뭉크가 <절규>의 여러 판본을 그렸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연 뭉크가 진주구름 또는 화산 석양에서 큰 인상을 받아서 그림을 그린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엇지만 “만일 진주구름이라는 추정이 정확하다면 뭉크의 <절규>에 있는 하늘은 진주구름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이른 시기의 시각적 자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진주구름(자개구름)의 사진은 영국의 ‘대기광학’이라는 웹사이트(www.atoptics.co.uk)에서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고 논문 저자들은 추천했다.

진주구름(자개구름). 출처: 세계기상기구(WMO), https://cloudatlas.wmo.int/nacreous-clouds.html
진주구름(자개구름). 출처: 세계기상기구(WMO), https://cloudatlas.wmo.int/nacreous-clouds.html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절규(The Scream)>는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유명한 그림이다. 뭉크가 사용하는 노르웨이어 단어는 “skrik”이었는데 그것은 “shriek(비명)” 또는 “scream(비명, 절규)”으로 번역될 수 있다. <절규> 그림은 하늘을 아주 인상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기상학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극적인 붉은 색 하늘은 1883년 크라카타우(Krakatau) 분화 이후 뭉크가 본 화산 석양에 의해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 성층권 진주구름의 관찰에 의해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 그리고 또한 그것이 자연의 비명을 보여주는 화가의 표현 일부라는 해석이 제안되었다 . 이 논문에서 화산석양설과 뭉크의 심리에 대한 증거는 간략하게 검토했다. 우리는 뭉크의 영감이 겨울철 노르웨이 남부에서 관찰할 수있는 진주구름을 관찰한 결과일지 모른다는 해석을 지지한다. 우리는 뭉크의 그림에 있는 하늘의 색과 패턴이 진주구름이 존재할 때 석양의 색과 잘 일치함을 보여준다. 석양 무렵이나 그 이후에 진주구름이 갑자기 출현하면 인상적이고 극적인 효과를 낸다. 통상의 석양, 화산석양, 그리고 일몰 이후 진주구름을 담은 여러 사진들과 그림들의 색채 내용을 <절규>의 하늘에 담긴 색채 내용과 비교한 결과, 진주구름이 존재할 때 그 색채가 더 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정이 정확하다면, 뭉크의 <절규>에 있는 하늘은 진주구름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이른 시각적인 자료 중 하나이다.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2018), https://journals.ametsoc.org/doi/10.1175/BAMS-D-17-0144.1]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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