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유전자가위 유발 DNA변이 알려진 것보다 크다”

등록 2018-07-17 16:52수정 2018-07-17 17:24

영국연구진, 유전체 변화 정밀분석
표적지점의 DNA 결실, 삽입, 재배열
기존 검사법이 놓친 변화 규명해
“DNA변이 심각하게 저평가돼“ 지적
김진수 교수 “안전성기준 높여줄 것”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의해 절단된 디엔에이 두 가닥을 형상화한 그림. 출처: https://youtu.be/2pp17E4E-O8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의해 절단된 디엔에이 두 가닥을 형상화한 그림. 출처: https://youtu.be/2pp17E4E-O8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가 세포 안에서 작동할 때 의도치 않은 유전체 염기서열의 변이를 흔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 내지 수천 개 염기쌍이 디엔에이 가닥에서 결실, 삽입되거나 재배열되는 일이 종종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영국 웰컴생어연구소 소속 연구진(책임연구 앨런 브랜들리 교수)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한 이후 쥐와 사람 세포의 유전체에 일어난 염기서열 변화를 새로운 기법으로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확인했다. 연구진은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최근 발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작동해 효과를 내는 기본적인 과정은 대체로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디엔에이 절단이다. 표적이 되는 디엔에이 염기서열 정보를 지니고서 그 지점을 찾아가는 ‘안내자 아르엔에이(guide RNA)’와 그 표적 지점을 정확하게 자르는 절단효소 ‘카스9(Cas9)’의 복합체가 이런 작용을 한다.

이어 세포에서는 당연히 잘린 디엔에이 가닥을 이어붙여 정상으로 복구하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대체로 정상적인 복구가 이뤄지지만, 간혹 일부 염기쌍들이 빠지거나 끼어들거나 재배열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법은 이런 복구 과정을 이용해 유전자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특정 염기서열을 집어넣어 유전형질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유전자가위의 작동으로 일어나는 염기서열의 결실, 삽입, 재배열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무작위적이고 대량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이번 웰컴생어연구소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구진은 여러 유형의 세포들에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쥐의 배아줄기세포와 조혈전구세포, 그리고 사람의 분화세포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이런 현상을 처음 관찰해냈다. 변화는 수백 내지 수천 염기쌍 규모로 일어났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유전자 편집이 이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유전체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표적 지점에 일어나는 대량의 디엔에이 변이들이 자칫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표적 지점에 생긴 대량의 디엔에이 변화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유전자들을 깨우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또한 디엔에이 재배열의 영향이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전자가위의 유전자 치료 대상이 되는 수많은 세포들 중에서 암 발병으로 진행되는 세포가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교수) 등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해설(게재 예정)에서 “이 연구는 체세포와 생식세포 유전자 치료에서 크리스퍼나 다른 유전자 편집 도구를 더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기준을 확실히 높였다”면서 “미래 임상시험에서는 표적이탈 효과에 더해 생소한 표적 효과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될수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처럼 큰 규모의 디엔에이 변화가 왜 기존 분석에서는 발견되지 못했던 걸까? 연구진은 기존 기법의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유전체 분석에서는 유전자가위 기법을 시행한 뒤에 짧은 특정 구간에 생겨나는 염기서열 변화만을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에 그 구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영역에서 일어난 디엔에이의 대량 결실과 재배열을 포착하기 어려웠으리라는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앨런 브래들리(Allen Bradly)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찾으려는 바를 찾는다”라는 말로 기존 분석법의 한계를 지적했다고, 해외매체 <스태트(STAT)>는 전했다.

한겨레 자료그림
한겨레 자료그림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의미와 관련해 유전자가위로 인해 생기는 디엔에이 변화가 그동안 저평가 되어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책임연구자인 앨런 브랜들리 교수의 말이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치료와 관련되는 (여러 유형의) 세포들에서 크리스퍼-카스9 편집으로 일어나는, 예측 못했던 현상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평가했다. 우리는 디엔에이 변화가 지금까지 심각한 정도로 저평가되어 왔음을 알게 됐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유전자 치료에 적용하려는 이들은 누구나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있을 수 있는 해로운 영향을 매우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보도자료)

최근 개발된 변형기법과는 무관

이번 연구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시행할 때 예측하지 못한 규모로 염기서열 변화가 생겨나며 그것이 여러 유형의 세포들에서 폭넓게 일어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나, 그 파급력이 미치는 영역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평가 대상이 된 기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표준적인 기법인데, 최근엔 기본 기법을 변형하거나 수정한 새로운 기법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엔에이의 두 가닥을 모두 절단하는 기본 기법과 달리, 한 가닥만을 잘라 염기 하나만을 교체하는 염기 편집(base editing) 기술은 이번 논문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한겨레>에 “이번 연구는 디엔에이 이중나선을 절단하지 않으면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기법들[CRISPRi, CRISPRa]이나 염기 교정 기법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의해 수천 개 염기쌍 결실도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는 그 비율이 5~20%에 달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며 다양한 세포들에서 일어날 뿐만 아니라 대량 결실 외에 대량 삽입, 중복, 역위, 전좌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일반적인 유전학 연구에는 큰 영향이 없을 테지만 임상시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추가 자료 제출이 요청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가위 안전성 연구 부쩍 늘어

한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연구가 늘어나면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안전성과 관련한 연구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가위 기술이 표적으로 삼지 않은 디엔에이 지점들에서 예측보다 훨씬 많은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체 게놈 분석(WGS) 결과를 발표해 크나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3월 이 연구진은 애초 결론을 뒤집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며 기존 논문을 철회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됐다. 또 최근에는 영국 등 연구진이 암 억제 유전자(p53)가 변이를 일으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유전자가위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밝혀, 유전자가위와 암 위험의 연관성이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복합체의 특정 분자가 사람몸에 면역 반응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안전성과 관련한 여러 갈래의 연구들은 유전자가위의 부수적 효과들을 밝혀냄으로써 유전자가위 기술이 넘어야 하는 안전성 기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은 임상의 맥락에서 선택되는 유전자 편집 도구가 될 태세이다. 지금까지 카스9에 의한 유전자 변형을 탐색하는 일은 표적 지점의 바로 인근 지역과 먼 곳의 표적이탈 염기서열로 한정되어 왔으며, 그런 탐색을 통해 크리스퍼-카스9이 합당한 수준에서 특이적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쥐 배아줄기세포, 쥐 조혈전구세포, 인간 분화세포들에서 표적 지점들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결실(deletion)과 좀 더 복잡한 유전체 재배열(genomic rearrangement) 같은, 유의미한 표적 적중 지점의 변이 생성(on-target mutagenesis)을 보고한다. 롱-리드 시퀀싱과 롱-레인지 피시아르(PCR) 지노타이핑 방법을 사용하여, 우리는 단일가이드 아르엔에이/카스9(single-guide RNA/Cas9)에 의해 일어나는 디엔에이 단락으로 종종 수 천 염기쌍에 걸친 결실이 일어남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절단 지점에서 먼 곳의 손상(lesion)과 교차사건들(crossover events)도 이번 연구에서 식별되었다. 크리스퍼-카스9 편집에 의해 야기된 유사분열 활성 세포들 내 유전체 손상은 병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Nature biotechnology(2018), https://www.nature.com/articles/Nbt.4192]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종합선물세트같은 우주 사진이 나왔다 1.

종합선물세트같은 우주 사진이 나왔다

누가, 왜 음모론에 쉽게 빠져들까 2.

누가, 왜 음모론에 쉽게 빠져들까

노랑느타리버섯에 노화 억제 효과…심혈관 건강 개선 3.

노랑느타리버섯에 노화 억제 효과…심혈관 건강 개선

북극, 우주경쟁의 길목이 되다 4.

북극, 우주경쟁의 길목이 되다

‘역대 최강’ 40층 높이 스타십…‘젓가락 회수’ 성공했지만… 5.

‘역대 최강’ 40층 높이 스타십…‘젓가락 회수’ 성공했지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