잰코 니콜라이-주기치 박사. 애리조나주립대(UA College of Medicine - Tucson) 제공
우리 면역 체계는 젊을 때 최상을 유지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차 약화된다. 노인이 젊은 사람보다 더 쉽게 감염되고 결국 더 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연구진이 나이든 사람의 면역체계를 다시 강해지도록 돕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2일(현지시각) 밝혔다.
잰코 니콜라이-주기치(Janko Nikolich-Zugich)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발견한 이 특수한 바이러스의 이름은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cytomegalovirus·CMV)다. 이 바이러스는 특별한 외부 증상이 없고 치료제도 없기 때문에 우리도 몸에 지닌 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니콜라이-주기치 박사는 “우리 면역체계는 이런 바이러스를 상대하느라 늘 바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를 젊은 쥐에게 주입했고 절반 이상이 늙어서까지 이 균을 지닌 채 살았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메간 스미시(Megan Smithey) 박사는 “원래 이 바이러스가 쥐를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드리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쥐의 면역체계 자원을 소모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연구진이 이 쥐들에게 다른 균을 감염시켰을 때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를 지닌 늙은 쥐가 그렇지 않은 늙은 쥐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미시 박사는 “우리는 완전히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외부 감염을 물리치는 티세포(T-cells)를 살펴보았다.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를 지닌 군과 그렇지 않은 군 모두 티세포의 다양성은 높았다. 티세포의 다양성이 높을 수록 다양한 바이러스를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면역체계가 더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둘 사이의 차이는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를 지닌 그룹의 티세포는 외부 바이러스와 전투에 활발히 나섰지만 다른 쪽의 티세포는 얌전히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나이든 사람의 면역체계를 다시 강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발판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스미시 박사는 “이 결과는 노년의 생명체도 면역체계를 다시 강화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이토메갈로 바이러스는 이 능력을 끌어내도록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