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성장을 마친 어른 뇌에서는 뇌 세포가 줄어들 뿐 생성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훨씬 이전부터 카나리아나 쥐 같은 다른 동물 뇌에서는 신경 줄기세포가 존재하며, 그래서 동물의 성체 뇌에서는 세포 재생이 일어난다고 알려졌지만, 복잡하고 거대한 신경망을 갖춘 사람의 성인 뇌에서는 신경망 안정성을 생각할 때 그런 신경재생이 일어난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믿음이 깨진 것은 20년 전인 1998년이었다. 사람 뇌에서 제한적이지만 신경 줄기세포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해 미국 솔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Fred Gage) 당시 연구원이 발표한 이래 이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성체 신경 줄기세포가 어떻게 신경세포들을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이어졌고, 신경 생성 과정을 포유류 대상 실험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연구들도 관심을 끌어왔다.

이제는 그 과정을 훨씬 선명한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실험동물 쥐의 뇌 해마에 존재하는 신경 줄기세포에서 새로운 세포들이 만들어져 신경세포로 분화, 성장하고서 해마 신경망에 통합되는 전 과정을 연속 장면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속 장면은 동영상으로 제작돼 공개됐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뇌연구소 등 소속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했다. 해마는 주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포유류에서 신경 줄기세포가 존재하는 극히 드문 영역 중 하나이다 (그래서 신경세포 생성 연구는 주로 해마 부위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연구진은 살아 있는 실험동물 쥐의 뇌를 대상으로 ‘2광자 현미경 영상화’라는 기법(생체의 안쪽 영역을 볼 수 있는 영상 기법)을 이용해 최장 2개월 동안 해마에서 일어나는 세포들의 분열과 성장 과정을 최대 두 달 동안 추적해 관찰했다.

과학뉴스매체 <사이언스 뉴스>의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시각적인 추적 관찰을 쉽게 할 수 있게 해마의 신경 줄기세포 63개에 유전적 표지를 붙여두고서 12시간 또는 24시간마다 영상을 포착했다.

비교적 장시간 추적을 한 덕분에 연구진은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신경 줄기세포들이 한정된 횟수로 몇 차례 새로운 세포들을 왕성하게 만들어내고는 자신도 더 이상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지 않은 신경세포로 분화함으로써 성체 줄기세포의 역할을 마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새로 생겨나는 신경세포의 수가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또한 새로 생성된 신경세포들의 다수는 며칠 만에 사멸했으며, 그중에서 살아남은 일부 신경세포들이 해마의 신경회로망에 통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 줄기세포와 신경세포 생성에 관한 이런 연구들이 미래에 손상된 뇌 세포의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