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1호의 상상도. 하야부사-1호는 일본 최초의 소행성 탐사선으로 2003년 발사돼 소행성의 시료를 채취하고서 2010년 지구로 귀환했다. 출처: JAXA
상상화에서 보는 블랙홀이 아니라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실물’ 블랙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달 표면 탐사는 달에 관한 어떤 새로운 소식을 전해줄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체세포의 유전자 치료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까? 2018년 새해에도 과학과 기술 연구 현장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발견과 발명의 소식들이 전해진다. 새해를 맞아 과학저널 <네이처>, <사이언스> 등이 전하는 ‘올해에 예상되는 과학계 큰 뉴스들’을 종합해 간추려보았다.
인도·중국 달 표면 탐사 도전
인도 우주탐사선 찬드라얀(Chandrayaan) 2호가 달 표면에 내려 탐사 활동에 나선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는 3월께 인도의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로봇을 실은 우주선 찬드라얀-2호를 발사한다. 인도의 달 탐사는 2008년 발사한 찬드라얀-1호가 달 궤도를 돌며 탐사한 이후에 두 번째이며 표면 탐사로는 처음이다. 중국 국가우주국(CNSA)도 2013년 창허-3호 우주선과 착륙선을 달에 보낸 데 이어 또 다시 12월 무렵에 달 탐사선 창허-4호를 보낼 예정이다. 이번에도 착륙선과 탐사로봇이 함께 간다.
3월은 달 표면 탐사 임무를 완수하는 민간기업에 상금 2000만 달러가 주겠다며 시작한 ‘구글 루너 엑스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 경연대회가 시한을 종료하는 달이다. 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500미터 이상 이동하며 고해상도 동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를 완수하는 기업에 상금이 수여된다. 마감시한이 임박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현재 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나 임무 완수 기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인도와 일본 팀이 각각 인도의 달 탐사선에 착륙선과 탐사로봇을 실어 달 궤도까지 보낸 뒤에 각자 달에 내려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 한다.
관련 정보
▷ 인도우주연구기구 https://www.isro.gov.in/
▷ 중국 국가우주국 http://www.cnsa.gov.cn/
▷ 구글 루너 엑스프라이즈 https://lunar.xprize.org/
올해에 우주 탐사 대상으로 주목받을 소행성 ’베누’의 크기와 소행성 ’류구’의 궤도. 출처: NASA, JAXA
잇단 소행성 랑데부
망망대해 같은 우주 공간에선 작디작은 소행성 전체와 정확히 랑데부를 하고서 그 표면에 우주선을 안착시키기는 매우 힘든 임무이다. 그래서 2014년 11월 유럽우주국(ESA)이 보낸 우주선 로제타가 혜성 67P에 착륙한 사건은 당시에 큰 화제가 됐다. 올해엔 우주선과 소행성의 랑데뷰 뉴스가 잇따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2014년 발사한 우주선 하야부사(Hayabusa)-2호가 오는 7월께 목적지인 소행성 류구(Ryugu)에 접근한다. 류구는 공전 주기 475일에, 최장 900m 크기인 소행성으로, 태양계 탄생 무렵의 원시 물질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야부사-2호는 류구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하고서 2020년 말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8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발사한 우주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소행성 베누(Bennu) 부근에 도달한다. 이후 대략 1년 동안 안전하게 착륙해 시료를 채취할 지점을 찾는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소행성 베누의 공전 주기는 1.2년이며 최장 500m가량 크기이다. 마찬가지로 시료를 채취해 2023년 무렵에 지구로 귀환한다. 탐사 대상인 소행성들은 태양계 초기 물질과 유기 물질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여겨져 소행성 시료들은 태양계 역사와 생명 기원을 밝히는 데 이용된다.
관련 정보
▷ 일본 하야부사-2 http://global.jaxa.jp/projects/sat/hayabusa2/
▷ 미국 오시리스-렉스 https://www.nasa.gov/osiris-rex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임상시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유전체공학 기법의 임상시험 소식이 올해에는 더욱 큰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가위 기법의 임상시험으로는 그동안 암 환자의 면역세포를 몸 밖으로 추출해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하고서 그 면역세포를 다시 환자 몸에 넣어 암 세포 저항력을 높이는 방식이 크게 주목받아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올해에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두종 바이러스에 맞서는 치료법으로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가위 분자를 환자 몸에 넣어 유두종 바이러스의 유전자 활성을 없애고자 하는 것으로, 사람 몸에 직접 시행하는 임상시험으로는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밖에도 미국과 프랑스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크리스퍼 시스템을 실은 변형 바이러스를 인체 체세포에 넣어 항생제 저항성 박테리아를 퇴치하도록 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네이처>가 전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는 임상시험 시도는 이밖에도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표준 도량형 개정
내년인 2019년에 새로 적용될 국제표준 도량형이 올해에 개정된다. 2018년 11월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58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암페어(A), 킬로미터(km), 켈빈(K), 몰(mol) 등 네 가지 측정 단위를 재정의하는 결정이 이뤄질 에정이다. 도량형 단위를 정의하는 데 쓰이는 기본 상수들의 값이 그동안 정밀 측정 실험들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일부 수정됨에 따라 이번 도량형 개정이 이뤄지게 됐다. 개정되는 도량형 정의가 승인되면 새로운 도량형은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관련 정보
▷ <물리학과 첨단기술> http://webzine.kps.or.kr/contents/data/webzine/webzine/14847059621.pdf
최대 규모의 암세포 유전자 분석 결과
<네이처>는 ‘암 유전체 지도(Cancer Genome Atlas)’라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가 올해 안에 보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종양 33종의 유전자를 분석한 자료를 담는다. 이런 연구결과가 암 치료에 대한 어떤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줄지가 관심 대상이다.
관련 정보
▷ 미국립보건원(NIH)의 암 게놈 지도 프로젝트 https://cancergenome.nih.gov/
블랙홀은 어떤 모습일까? 여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시된 블랙홀의 모습들. 출처: NRAO, M. moscibrodzka
실물 블랙홀의 최초 영상 어떤 모습일까
블랙홀의 존재는 거대 질량의 중력 효과 덕분에 확인되지만 실물인 블랙홀이 직접 관측된 적은 없다. 지구촌 전파천문학자들이 지난해 4월 지상 8곳의 대형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실제 블랙홀의 윤곽을 보려는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관측 프로젝트에 나선다.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거대 블랙홀인 궁수자리 A*(Sagittarius A*) 등이 관측 대상이었다. ‘사건지평선’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잇는 넓은 경계지대를 말하는데, 물질이 사건지평선을 거쳐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때 그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되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 장비를 동원한다면 사건지평선 언저리를 볼 수 있다. 이 관측 프로젝트에는 한국천문연구원도 참여했다.
관측 이후에 국제 연구진은 그동안 잡음 데이터를 제거하고 서로 다른 지점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이어붙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거치고서 올해 중에 블랙홀의 첫 관측 영상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련 정보
▷ 사건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 http://eventhorizontelescope.org/
▷ 사이언스온 뉴스 http://scienceon.hani.co.kr/497941
크로아티아에 있는 고고학 유적 동굴. 동굴의 오랜 퇴적물에서도 원시인류의 디엔에이를 추출할 수 있는 분석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출처: 막스플랑크(MPI) 진화인류학연구소, J. Krause
원시 인류의 DNA 연구 활기 전망
‘디엔에이(DNA) 고고학’이라고도 불리며 큰 관심을 끌었던 수만 년 전 인류 조상의 디엔에이 연구가 올해에도 인류의 진화와 이주 역사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디엔에이 고고학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뤄온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유골이 아니라 퇴적물에서도 원시 인류의 디엔에이를 찾아낼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시 인류가 살았을 동굴과 같은 곳에서는 오랜 동안 쌓여 잘 보존된 퇴적물에서도 인류 조상의 극미량 디엔에이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원시 인류 조상의 디엔에이에서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발견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기대했다.
그동안 원시 인류의 디엔에이 연구는 유골이 보존되어 남아 있는 추운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극미량의 디엔에이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기법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더 넓은 지역에서도 관련 연구의 결과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정보
▷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https://www.mpg.de/11247830/dna-cave-sediments
스페이스X와 보잉의 우주로켓 경쟁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낼 유인 우주선의 개발을 민간기업에 맡겨두고 있다. 그 유인 우주선 개발을 두고서 스페이스엑스(X)와 보잉의 경쟁이 올해에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4일 나사는 올해에 스페이스엑스와 보잉 두 기업이 나사의 허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우주선 시험비행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먼저 무인 우주선의 시험 비행을 거치고서 우주인 2명을 태워 국제우주정거장까지 실어나르는 유인 우주선 시험 비행을 마칠 계획이다. 시험 비행이 성공하면 내년부터 두 기업의 우주선은 국제우주정거장 왕복 비행에 나설 수 있다. 나사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을 오가는 수단으로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하고 있다.
한편, 스페이스엑스는 스스로 “가장 강력한 성능의 로켓”이라고 강조하는 팔콘 헤비(Falcon Heavy) 로켓의 시험 발사를 곧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번 발사가 성공하면 민간기업인 스페이스엑스가 우주선을 지구 궤도 너머로 보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팔콘 헤비 우주선은 스페이스엑스의 기존 ‘팔콘 9’ 추진체를 3개 결합해 구성한 로켓이다.
관련 정보
▷ 미항공우주국(NASA) https://www.nasa.gov/feature/nasa-commercial-crew-program-mission-in-sight-for-2018
그리고...
이밖에 <네이처>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로 불리며 건설되고 있는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XFEL)’가 고온과 고압 같은 극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물질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첨단과학 설비로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학술지 구독료를 둘러싸고 독일 과학계와 거대 출판기업 엘제비어 간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 양자컴퓨터가 특정 문제풀이에서 디지털 컴퓨터를 능가하는 이른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의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 당국은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개발한 작물이 유전자변형 작물(GMO)과 다르다고 판단한 가운데, 올해에 유럽연합(EU) 당국은 크리스퍼 작물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힉스 입자를 발견한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올해에는 어떤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지 등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 <비비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은 올해에 펼쳐질 우주 탐사 뉴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주목받을 우주 탐사 뉴스로는, 오는 11월 화성 표면에 착륙할 미국 항공우주국의 탐사선 ‘인사이트’가 벌일 화성 내부구조 탐사 활동, 그리고 유럽과 일본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수성 탐사 계획 등이 관심을 끌었다.
관련 정보
▷ 포항의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 http://www.kvs.or.kr/file/story/2016_12_02.pdf
▷ 세계의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 https://www.nature.com/news/europe-s-x-ray-laser-fires-up-1.22519
〔2018 과학 전망〕
네이처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0009-5
사이언스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1/here-are-stories-will-make-science-headlines-2018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http://www.latimes.com/science/sciencenow/la-sci-sn-science-in-2018-20171229-htmlstory.html
비비시 http://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41972290
뉴욕타임스 https://www.nytimes.com/2018/01/01/science/2018-spacex-moon.html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