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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미, ‘바이러스 감염력 증강연구 금지’ 풀었다

등록 2017-12-20 14:49수정 2017-12-20 18:17

정부-NIH, ‘2014년 지원중단’서 심사 강화로 전환
안전시설서 전파력-독성 유전자변형 연구 가능해져
˝바이러스 변이 대비 연구˝ ˝실험실밖 유출땐 재앙˝
병원체 연구는 안전설비를 갖춘 곳에서 이뤄진다. 사진 미국질병통제센터(CDC) 제공
병원체 연구는 안전설비를 갖춘 곳에서 이뤄진다. 사진 미국질병통제센터(CDC) 제공
실험실에서 병원성 바이러스의 독성과 전파력을 일부러 증강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어떤 돌연변이 과정을 거쳐 강해지는지를 규명하려는 병원성 바이러스 유전자변형 연구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바이러스 유전자변형 연구는 인간사회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바이러스 대유행에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려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의생물학 연구를 지원하는 미국립보건원(NIH)은 최근 인플루엔자나 메르스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바이러스에 새로운 형질을 부여하는 바이러스 유전학 연구에 대한 연방 연구예산 지원 중단 조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잠재적 대유행 병원체의 유전자변형 연구는 전에 없던 강력한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확산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과학계에서도 제기되면서 2014년에 연방 연구지원 금지 조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번 금지 해제로 다시 연방 연구예산이 지원된다 해도 이전과는 달리 강화된 심사평가 절차와 안전성 감독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국립보건원은 덧붙였다.

▷ NIH 공고문 https://grants.nih.gov/grants/guide/notice-files/NOT-OD-17-071.html

국립보건원은 ’새로운 형질 획득 연구에 대한 연구기금 중단 조처의 해제’라는 제목의 공고문에서 ˝2014년 10월 17일 미국 정부는 인플루엔자, 메르스(MERS), 사스(SARS) 바이러스에 증강된 독성과 전파력을 부여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우려되는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지원 중단 조처를 발표한 바 있다˝면서 ˝(그동안 여러 검토와 논의를 거쳐) 보건복지부(HHS)가 증강된 ’잠재적 대유행 병원체(PPP)’에 관한 연구지침을 발표한 데 맞추어 국립보건원은 새로운 형질 획득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지원 중단 조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14년 병원성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제한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미국 정부는 관련 연구의 연방 지원을 금지하는 조처를 발표했으나 뒤이어 계절성 인플루엔자 연구나 백신 개발 연구까지 금지되면서 여러 논란을 일으켜 왔다. 미국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과 과학자문위원회 등 기관들은 대유행(팬더믹)의 가능성을 지닌 병원체의 유전자변형 연구에 대해 위험-손실과 혜택-이득을 평가해 연구지원 여부를 가릴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논의를 계속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지침에 따라, 병원성 바이러스의 독성이나 전파력을 증강해 그 특징을 규명하려는 관련 연구 프로젝트는 연방 연구예산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됐으며, ‘증강된 잠재적 대유행 병원체(PPP)’에 대한 새로운 평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심사를 받는다. 이런 심사 대상인 ‘증강된 대유행 잠재적 병원체’는 전파력이나 독성을 실험실에서 증강해 만든 병원체를 말한다.

˝새로운 평가틀(HHS P3CO framework)은 증강된 PPP를 만들거나 이동하거나 사용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우려되는 연구를 제안할 때 그에 대한 연방 연구예산 지원을 결정하는 데에 지침으로 사용된다. 잠재적 대유행 병원체(PPP; Potential Pendemic Pathogens)는 다음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병원체를 가리킨다. 첫째 매우 높은 전파력을 지녀 인간사회에 폭넓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으며, 둘째 매우 높은 독성을 지녀 상당한 인간 사망자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병원체를 말한다. 병원체의 전파력이나 독성을 증강하여 얻은 PPP를 ’증강된 PPP’라고 정의한다.˝ (미국 NIH 공고문)

지난 3년 동안 연구지원 중단 조처의 대상이 되었던 병원성 바이러스 유전자변형 연구는 이제 연방 연구비 지원 신청의 대상이 되지만, 제안된 연구 프로젝트가 연구가치가 있는지, 안전하게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지, 즉 새로운 평가틀(HHS P3CO)을 충족시키는지에 관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보건복지부와 국립보건원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병원성 바이러스 유전자변형 연구도 연방 연구예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길이 열림에 따라, 과학계에서는 환영과 우려가 엇갈렸다. 병원성 바이러스의 유전자변형 연구가 자연적으로 출현할 수 있는 강력한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미리 대처하는 데 이런 연구들이 기여할 것이라는 환영이 있는가 하면, 실험실 안전시설에서 만들어진 변이 바이러스가 뜻밖의 사고나 실수로 연구자 몸에 감염돼 실험실 밖으로 확산될 때 생길 전염병 대유행의 위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온라인 과학매체 <스탯뉴스(statnews.com)> 참조).

과학저널 <네이처>의 보도를 보면, 국가 바이오안전 과학자문위원회(NSABB)의 새무얼 스탠리 의장은 ˝결국에는 자연이 생물테러시스트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연적 돌연변이보다) 한발짝 앞서서 나가는 일˝이라며 ˝안전하게 연구할 시설을 갖춘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기초연구는 지구촌 안전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환영했다. 반면에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역학자 마크 리프시치는 ˚이런 (병원성 바이러스의 유전자변형) 연구가 전염병 대유행(팬더믹)에 대한 우리의 대비를 향상시켜주지 못했으며 우발적인 대유행을 만들 위험을 무릅쓰면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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