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뒤죽박죽 수만개 주사위, 쉽게 정렬하는 방법 있다?

등록 2017-12-06 14:33수정 2017-12-06 16:38

흔들기나 툭툭 치기보다 좌우 회전이 효과
일정 회전속도 이상일 때 최대 밀집상태 도달
뒤죽박죽으로 육면체 주사위 2만5000개를 채운 원통(왼쪽)을 좌우 방향을 바꾸는 회전을 수없이 반복하자 원통 안 주사위들이 완전 정렬 상태가 됐다. PRL 제공
뒤죽박죽으로 육면체 주사위 2만5000개를 채운 원통(왼쪽)을 좌우 방향을 바꾸는 회전을 수없이 반복하자 원통 안 주사위들이 완전 정렬 상태가 됐다. PRL 제공
육면체인 작은 주사위 2만5000개를 원통 그릇에 마구 넣는다. 주사위들 사이에 있는 빈 공간의 낭비를 줄이면서 주사위들을 최대의 밀집도로 차곡차곡 정렬할 방법은?

흔한 방법은 그릇을 툭툭 쳐서 주사위를 아랫쪽으로 조금씩 밀집하게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그릇에 설탕을 부을 때 설탕이 넘치려 하면 그릇을 톡톡 치거나 살짝 흔들곤 한다. 그러면 설탕 알갱이들은 작은 빈 공간을 줄이면서 밀집하고 그래서 설탕을 조금 더 채울 수 있다.

물리학자들의 최근 실험 결과을 보면, 알갱이를 ‘최대의 밀집 상태’로 정렬해 채우는 데엔 그릇 톡톡 치기나 흔들기보다는 그릇을 좌우 방향으로 왔다갔다 하며 빠르게 회전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스페인 나바라대학 등의 물리학 연구진은 최근 물리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알갱이 재료를 최대 밀집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찾기 위해 원통에 담긴 육면체 주사위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얻은 결론을 논문으로 보고했다. 이들은 가로, 세로, 높이가 0.5cm인 정육면체 주사위 2만5000개를 마구 채워넣은 지름 8.7cm짜리 원통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좌우 회전할 때 주사위들이 가지런히 정렬하며 최대의 밀집 상태가 된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진은 회전판에서 주사위들이 든 원통을 1초에 한 번꼴로 왼쪽으로 돌리다 갑자기 멈추고서 다시 오른쪽으로 돌리는 좌우 회전을 되풀이했다. 좌우 회전을 수만 번 되풀이하자 뒤죽박죽 상태이던 2만5000개의 주사위들은 층을 이루고 또한 층마다 동심원을 지닌 배열로 가리런히 정렬한 상태가 됐다. 회전할 때 주사위에 원통 바깥쪽을 향하는 힘(전단력)이 작용한 데다 갑자기 회전 방향을 바꿀 때 덜컥 하는 요동이 생겨 주사위들이 점차 평면을 맞대며 정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 동영상 ☞ https://physics.aps.org/articles/v10/130

일정 속도 이상으로 좌우 회전을 할 때 육면체 주사위들은 동심원을 지닌 완전 정렬 상태가 됐다(왼쪽). 회전 속도가 느리면 완전 정렬에 이르지는 못했다. PRL 제공
일정 속도 이상으로 좌우 회전을 할 때 육면체 주사위들은 동심원을 지닌 완전 정렬 상태가 됐다(왼쪽). 회전 속도가 느리면 완전 정렬에 이르지는 못했다. PRL 제공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방법을 쓸 수 있을까? 실험 조건을 우리 손으로 구현하긴 어려워 그러기는 힘들 듯하다.

연구진의 실험에선 수만 번이나 좌우 회전을 할 때 주사위들이 정렬 상태에 도달했다. 게다가 일정한 회전 속도는 중요했다. 회전 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에만 그런 효과를 비교적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를 소개한 미국물리학회 온라인 매체의 보도를 보면, 방식은 같은데 느린 속도로 회전시킬 때엔 주사위들이 ‘언젠가는’ 완전한 정렬 상태에 이르겠지만 그렇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다. 연구진은 회전가속도가 0.5g(여기에서 g는 중력가속도 단위다) 이상일 때엔 1만 번 회전으로도 최대 밀집의 정렬 상태에 도달했지만, 그 이하일 때엔 10만 번 회전 이후에도 정렬 상태는 불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이처럼 낮은 강도에서도 최대 밀집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밝히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실험에서 확인된 사례를 볼 때, 관찰된 바를 바탕으로 확장해 추론해보면(즉 선형적 외삽 추론을 할 때), 느린 회전을 하면서 그런 가상의 상태에 도달하는 데엔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반면에그릇을 툭툭 치거나 흔듦으로써 중력의 도움을 받아 알갱이들이 빈 공간을 줄이도록 하는 방법은 아무리 수없이 반복한다 해도 ‘최대의 밀집’ 상태에 이르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작은 알갱이를 밀집 상태로 차곡차곡 채우는 방법은 산업 분야에서 저장과 포장 등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흔히 쓰이는 툭툭 치기 방식과 달리 좌우 회전이 알갱이들을 가지런히 정렬하고 최대의 밀집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기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회전력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보아, 연구진은 중력이 거의 없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비슷한 실험을 수행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2025년 생활 바꿀 혁신 기술 10가지…소 트림 감소제도 있다 1.

2025년 생활 바꿀 혁신 기술 10가지…소 트림 감소제도 있다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오늘 밤 10시28분 2.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오늘 밤 10시28분

다이어트하면 왜 머리카락이 빠질까? 3.

다이어트하면 왜 머리카락이 빠질까?

알파세대 이어 올해부터 베타세대의 탄생…그들은 누구일까? 4.

알파세대 이어 올해부터 베타세대의 탄생…그들은 누구일까?

국내 연구진 “플라스틱 8시간 만에 90% 분해하는 효소 개발” 5.

국내 연구진 “플라스틱 8시간 만에 90% 분해하는 효소 개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