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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곤충 번성하게 한 날개 진화 수수께끼

등록 2017-06-13 18:10수정 2017-06-13 20:16

대략 500만 종이 넘는 곤충은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이다. 곤충의 엄청난 다양성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그 성공 요인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많은 학자들은 곤충의 성공 요인으로 날개의 진화를 꼽는다. 곤충은 날갯짓을 통해 비행하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이고 날개 덕분에 지구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곤충은 언제 어떻게 날개를 가지게 되었을까? 생물 구조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화석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곤충 날개의 기원을 알려줄 결정적인 화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거나 화석으로 남은 곤충의 해부학적 구조를 비교해 추론할 수밖에 없다.

곤충 날개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측엽 기원설이다. 곤충의 가슴등판이 양옆으로 뻗어 판이 형성되었고 이 판이 날개로 변했다는 가설이다. 고생대 석탄기의 원시 유시곤충(날개 있는 곤충) 화석에 나타나는 특징이 그 증거로 제시된다. 화석에선 앞가슴등판이 양옆으로 뻗어 있는데 그것이 날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측엽 기원설에 맞서는 가설로 아가미 기원설이 있다. 수서곤충인 하루살이 애벌레의 배에는 홰를 치며 물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아가미가 있다. 이런 아가미 같은 구조가 훗날 날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아가미 기원설은 최근 부속지(부속다리) 기원설로 이어지고 있다. 원시 절지동물에는 다리와 더불어 부속지라는 구조가 있는데, 이것이 갑각류에선 아가미로, 곤충에선 날개로 진화했다는 가설이다. 최근 초파리 개체가 발생할 때 날개 형성 과정에 다리 형성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속지 기원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엔 부속지가 측엽의 확장에서 비롯했다는 ‘선 측엽 후 부속지’ 가설이 제기되어 측엽과 부속지가 모두 곤충 날개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로 인정받는 추세다.

형태 기원과 더불어 최초의 곤충 날개가 어떤 기능을 했는지는 또다른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다. 화석 기록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일련의 진화 과정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다. 곤충 날개의 기원은 지구상에 불현듯 나타난 진화적 사건의 좋은 예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런 자연의 경이를 직접 볼 수 있다면 곤충 날개 진화의 수수께끼가 속시원하게 풀리겠지만 현재로선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줄 만한 화석의 발견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진화 기록의 저장소인 화석 한점 한점이 소중한 이유다.

손재천 목포대 연구전임교수, 사이언스온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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