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올 노벨물리학상 수상 코스털리츠 교수
20일 서울 회기로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제공
주류학계의 냉대 불구 ‘위상학’ 연구
‘별난 물질’ 밝혀 신소재 개발 이어져
“열정 가는대로 공부하다보니 수상” 12년전부터 한국 교류 “짬뽕 즐겨요”
최근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 위촉 이번에 그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응집물리학의 업적은 그가 스승이자 동료인 데이비드 사울레스(82) 교수와 함께 1970년대에 했던 선구적 연구 덕분이었다. 하지만 애초 그는 이런 연구를 하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한다. 72년 입자물리학을 전공한 박사후과정(포스트닥터) 학생이었던 코스털리츠는 입자물리학도라면 누구나 바라 마지않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연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착오로 인해 필요한 서류 제출이 늦어졌고, 결국 제일 원치 않았던 영국의 버밍엄대학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사울레스 교수를 만나 전공과 전혀 무관한 위상학에 빠져든 것이다. 그때까지 얇은 막과 같은 상태의 물질에서 나타나는 초유체 현상에 대해 기존 물리학은 이론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연구가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이후 역시 얇은 막의 초전도체 등 이른바 ‘별난 물질’을 설명하는 데에도 기틀이 되었고, 이는 신소재 개발이라는 응용 분야의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가 처음 논문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학계 주류에서는 기존 이론 흐름과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무시했다. 그러다 77년 미국 코넬대학에서 실제 실험 데이터를 측정한 결과, 이들의 이론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뒤늦게 큰 주목을 끌게 된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큰 프로젝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성과를 내는 것, 둘째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례는 물론 두번째에 해당한다. 하지만 코스털리츠 교수는 “무엇이 적절한 연구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수십년 전 연구로 노벨상을 타게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질 나쁜 농담”으로 알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이나 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열정이 원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한(바람직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 뒤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에게 부여하는 지위)가 된 그는 미국에 머물 때도 매주 한 번꼴로 브라운대학 앞 짬뽕집을 찾을 정도로 한국 문화와 친근하다고 한다. 입자물리에서 위상학으로 연구주제를 바꾼 뒤 꾸준히 자신의 관심 분야로 주제를 바꿔온 그는 고등과학원에서도 ‘평형 상태에서 물리’라는 또 다른 주제를 연구하는 중이다. 그는 “자유로운 고등과학원의 분위기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히틀러의 독일을 피해 스코틀랜드로 망명했던 그의 아버지 한스 발터 코스털리츠 역시 저명한 생리학자로 ‘엔도르핀’으로 알려진 뇌의 물질을 처음 발견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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