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악스카이웨이 옆 등산로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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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부분 화학반응으로 생겨
자동차 배기·화석연료 연소 가스…
타물질과 반응해 발암성 띤다
미세먼지 전체 발생량 줄어들지만
10㎍/㎥ 늘 때 인구 1% 초과사망하는
위험한 ‘초미세먼지’ 비율 늘어난다
미세먼지 대부분 화학반응으로 생겨
자동차 배기·화석연료 연소 가스…
타물질과 반응해 발암성 띤다
미세먼지 전체 발생량 줄어들지만
10㎍/㎥ 늘 때 인구 1% 초과사망하는
위험한 ‘초미세먼지’ 비율 늘어난다
“(제출한 소명자료는) 중국과 일본에서 수집한 황사 입자를 쥐의 기도에 투여하였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한 것입니다. 그 결과, 황사 입자 투여로 인해 쥐의 기도에서 급성 염증성 변화가 일어났으며, 폐의 세포외기질의 분해 촉진이 유도됐음을 시사하는 변화가 관찰돼, 황사에 만성 노출되는 경우 폐섬유화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 고발된 옥시 쪽과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은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폐섬유화가 담배나 공해물질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황사를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김앤장이 근거 자료로 인용한 것은 2012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결핵및호흡기질환>에 발표된 가천대 길병원 연구팀의 동물실험 논문이다. 논문은 “황사 기간에 수집한 공기 샘플을 실험쥐에게 노출시켰더니 황사 미세먼지(PM10)가 기관지 상피세포에서 섬유증을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잇따라 밝혀져 옥시 쪽의 책임 회피가 드러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황사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0~2012년 3년 동안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수도권 대기오염 집중측정소에서 수집한 초미세먼지(PM2.5)를 분석해보니 광물 등 토양에서 온 것으로 유추되는 성분은 8.1%에 불과하고, 무언가 태울 때 나오는 탄소류나 검댕이 18.8%였다. 이들 성분은 애초 먼지 형태로 배출되는 것이어서 1차적 발생이라 한다. 초미세먼지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황산암모늄(39.2%)과 질산암모늄(28.9%)이었다. 이들은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 수증기나 암모니아, 오존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돼 2차적 발생이라 한다. 황산화물은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 배출되고 질소산화물은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다. 기압이 떨어지면 가스 자체가 고체로 변하기도 한다. 초미세먼지에는 사실상 ‘먼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초미세먼지보다 부피로는 64배가 큰 미세먼지(PM10)에도 2차 발생 성분이 전체의 59.6%를 차지하고 있다. 박진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연구사는 “미세먼지 성분 가운데는 아직 기술적으로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의 크기를 지름으로 나타내 모양이 둥글다고 오해하지만 애초 발생 때는 대부분 둥근 모양이 아니다. 다만 자갈이 물속에서 굴러다니다 보면 둥글어지듯이 미세먼지도 유체인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어느 정도 공 모양을 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워낙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한계는 5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정도인데 미세먼지는 10㎛ 이하이다. PM10이라는 미세먼지 지름은 실제 크기가 아니라 ‘에어로동역학적 지름’이다. 비중을 1이라고 가정하고 무게를 알고 있으면 입자의 크기를 계산할 수 있다. 먼지가 든 공기를 가속시켜 뿜었다가 한쪽으로 갑자기 꺾으면 공기는 빠져나가고 특정 크기의 먼지만 남는다. 이것으로 PM10을 측정한다. 빠져나간 공기를 필터에 걸러 PM2.5를 측정한다. PM10과 PM2.5로 가르는 이유는 미세먼지의 분포도가 2.5㎛를 기점으로 양쪽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초미세먼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술이 발달해 측정이 가능해져서인 측면도 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PM1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정도 크기의 입자는 세포에 쉽게 침투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측정하는 데 한계가 많다. 박 연구사는 “미국에서 PM1 개수를 세는 기술을 개발했으나 도시나 도로변에서 많이 나와야 함에도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등 신뢰성이 떨어져 실용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의 맨 바깥에는 다환성방향족탄화수소(PAHs) 같은 독성물질이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1군(인간한테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으로 지정한 이유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고 표면적이 커서 세포로 쉽게 침투하고 폐나 기도 등의 장기에서 쉽게 흡수된다. 양민석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시보라매병원 내과)는 “피부를 통해 미세먼지가 침투할 가능성이 있지만 피부 자체는 조직학적으로 외부 방어 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다. 코나 목 등 기관지(상기도)도 방어 기전이 잘돼 있지만 폐 세포는 취약해 미세먼지와 반응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배현주 부연구위원이 2006~2010년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전체 인구의 초과사망 발생 위험이 각각 0.44%, 0.95% 높아졌다. 특히 심혈관계 초과사망 발생 위험은 각각 0.76%, 1.63%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이 훨씬 큰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들어 각종 환경대책의 시행으로 미세먼지 연간 발생량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PM10에 대한 PM2.5의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자료를 보면, 2007년에는 PM10에 대한 PM2.5의 비율이 49.2%였지만 해마다 늘어 2013년에는 56.8%까지 많아졌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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