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대국이 벌어진 15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시청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세돌, 특유의 승부사 기질 대단”
“기계가 인간구실 대신하는 시대에
아이들 어떤 재능으로 키울지 걱정”
“인공지능에 사회적 지원 강화해야”
“기계가 인간구실 대신하는 시대에
아이들 어떤 재능으로 키울지 걱정”
“인공지능에 사회적 지원 강화해야”
이세돌 9단이 15일 다섯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에 패배하자 시민들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이세돌 9단의 의지에 격려를 보냈다. 바둑계에서는 알파고가 4 대 1 승리를 거둔 데 대해 인공지능의 위력이 놀랍다는 반응을 이어갔다.
지난 9일부터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대국을 꼼꼼히 챙겨 봤다는 직장인 정아무개(29)씨는 “이세돌 9단이 초반에 3연패한 것을 보고 이대로 무너지겠다 싶었는데 끝까지 경기를 마무리하며 1승을 이뤄낸 것을 보고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트위터 아이디 @sung***를 쓰는 사용자는 “1국에선 ‘설마 기계가 인간을?’ 했는데, 4국에선 이세돌 9단이 인간이 아니고 ‘느님급’”이라는 글을 올려 리트위트 600여회를 기록했다.
박정상 바둑 프로기사 9단은 “다섯번의 대국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에 놀랐다. 이세돌 9단이 3국에서 승패가 결정났음에도 프로기사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프로 9단)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인들이 바둑에 관심을 가진 것이 성과다. 인공지능을 통해 바둑을 좀더 쉽게 보급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세기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를 그려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인 오아무개(29)씨는 “처음엔 재미로 중계를 지켜봤는데, (알파고의 거듭된 승리를 보며) 기계가 인간의 구실을 대신하는 시대에 아이들이 어떤 재능을 키워야 할지 걱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아무개(35)씨도 “앞으로 우리 아이가 살 세상에선 지금 유망직종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직업들이 뜰 것 같다. 미래를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고 했다.
반면 취업준비생 양아무개(32)씨는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라고 해서 일자리 부족 문제가 새삼스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씨는 “인공지능 발달과 관계없이 기본소득 등을 통해 인간의 삶의 질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씨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본소득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인간과 인공지능의 다음 승부로 언급된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트위터 등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다음 인공지능 과제로 적절한 이유’ ‘알파고 다음 도전이 스타크래프트라면 누가 나서게 될까’ 등의 글들이 호응을 받았다.
과학기술계에선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알파고 가동에는 280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동원되고 막대한 전력이 소비됐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고성능 컴퓨팅 파워가 없이는 총칼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 분야에 좀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의 한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생명복제처럼 공학 쪽 연구 규제가 늘거나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권승록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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