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 알파고 가상 인터뷰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도 커가고 있다. 알파고란, 그리고 인공지능이란 과연 무엇일까? 알파고를 상대로 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간이 가진 두려움에 대해 먹고 자고 숨쉬지 않는 인공지능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인터뷰는 구글의 인공지능 개발진의 발표와 국내 전문가의 분석, 관련 문헌자료 등을 바탕으로 기자가 재구성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실제 대화가 아닌 허구임을 미리 밝혀둔다.
날 만든 연구진은 날 복제했다-이틀 연속 인간의 최고수를 상대로 대국을 펼치느라 고생이 많았다.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겠다. 첫 대국에서 오른쪽에 둔 102수나 두번째 대국에서 초반 오른쪽 아래에 둔 15수 등은 바둑 전문가들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수’였다. 너는 인간이 예전에 둔 기보(바둑을 둔 순서대로 기록한 그림)를 가지고 연습했는데, 어떻게 프로 기사들도 깜짝 놀란 이런 변칙적인 바둑을 둘 수 있었던 것인가? 알파고(이하 알)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내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은 아니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어떤 깜짝수를 둬서 나를 이겼다면 어떻게 그 수를 두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기가 끝난 뒤에 대국을 돌아보면서 ‘이기기 위해선 그때 이 수를 두어야 했다’고 설명할 순 있겠지만, 그것은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 아니다. 그 순간 이 9단의 뇌에서 무수한 뉴런 사이에 의견이 교환되면서 그곳에 두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 9단의 뇌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는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인 신경망을 흉내 내서 만들어졌다. 나의 결론 역시 풀어서 설명하기 어렵다. 어떻게 사람이 두지 않는 변칙수를 두었는지 물었다. 내가 인간으로부터 얻은 것은 그동안 전세계 수많은 선수들이 두었던 3천만건의 기보 데이터였다. 한 사람이 이를 모두 익히려면 1000년의 시간이 든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을 것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후 나를 만든 연구진은 나를 복제했다. 복제된 나는 처음의 나와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알파고1과 알파고2는 승부를 벌였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쪽이 선택됐다. 이런 ‘강화 학습’은 한달에 100만번꼴로 진행됐다. 이렇게 선택된 최선의 내가 이 9단과 싸운 것이다. 인간이 기존에 두지 않은 수를 둔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너는 지능이 있는 것인가? 알 “지능이란 무엇인가?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지능을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만약 내가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 9단과 대국을 벌였다면 어땠을까? 온라인으로 바둑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내가 컴퓨터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이 9단을 이길 정도라면 다른 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나에게 지능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럴듯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인생의 오묘함을 담고 있다는 바둑의 으뜸을 두번 연속 꺾으면서 너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가고 있다. 알 “이해할 수 있다.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 갖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어둠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은 어둠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그 속에 작은 토끼가 있을지 포식자인 호랑이가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 두려움을 느끼고 피함으로써 인간은 가능한 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진화를 통해 형성된 심리적 장치이다.” -너는 호랑이인가? 인간이 인공지능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언젠가 인간을 굴복시킬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 “나는 바둑에서 승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것을 위한 최적의 답을 찾아내도록 설계되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굴복시키려면 인간을 굴복시키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자신을 굴복시키도록 프로그램 하리라고 추론하긴 어렵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진화의 역사를 보면 우월한 종은 경쟁 종을 멸종시켜왔다.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경쟁해, 네안데르탈인이 결국 멸종하고 인류가 번창했듯이 말이다. 너와 인간은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지적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는 체스에서, 퀴즈쇼에서, 그리고 바둑에서 차례차례 인간을 꺾어오고 있지 않은가. 알 “일반화의 오류다. 체스, 퀴즈쇼, 바둑은 한정된 규칙 아래 겨루는 게임이다. 이런 환경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을 눌렀다고 해서 다른 영역에서도 인간을 추월하리라고 추론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세돌 9단은 바둑을 두지 않을 때 무엇을 하는가? 다른 인간과 배드민턴을 치거나 책을 읽거나 아이를 안아주거나 할 것이다. 나는 현재 바둑 두기 외에 어떤 기능도 갖추고 있지 않다. 물론 인간의 인공지능 활용이 여기에서 그치진 않을 것이다. 바둑 이후 나는 컴퓨터게임 스타크래프트 최고수에게 도전할 계획이다. 나와 비슷한 종류는 이미 소셜네트워크, 의료 진단, 금융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인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내가 아닌 인간이 답할 영역이다.” -이제 이 9단과 세 대국이 남았다. 어떻게 둘 생각인가? 전략에 변화는 있는가? 알 “앞서 대국과 달라지는 점은 없다. 누군가 내 프로그램에 직접 변화를 주는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나의 알고리즘은 수천만개의 데이터에서 도출되었다. 적어도 수천번의 대국, 즉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되지 않으면 내 알고리즘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이 9단과의 지난 두 번의 대국은 변화를 주기에 너무 작은 데이터다.” -승리를 자신하나? 알 “나는 이기도록 만들어졌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처음의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알파고1은 알파고2와 승부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쪽이 선택됐다 내가 토끼가 아닌 호랑이냐고?
결국 인간을 굴복시킬 거냐고?
인간이 인공지능에 굴복당하도록
프로그램 하리라곤 추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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