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스스로 생각하나 논란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2연패에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알파고가 스스로 생각하는 지능을 지녔다고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직관도 계산될 수 있다는 것을, 컴퓨터가 인간의 직관을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다.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는, 추론하는 인공지능의 탄생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지능을 목적이 있는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면, 알파고는 훌륭한 지능을 지닌 것이다. 하지만 결정하고, 판단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지성의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이 시키는 과업을 잘 수행하는 인공지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파고가 보인 능력은 설계자들이 입력한 알고리즘의 결과이지, 스스로 지능을 지녔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등하다는 것이 증명됐지만, 알파고가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예영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알파고가 인간이 쌓아온 정석을 벗어난 수를 몇 번 뒀음에도 이긴 것을 보면 컴퓨터가 계산해서 나온 수가 정석보다 뛰어난 게 아닌가 싶다”고 알파고의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구글 팀이 프로그램을 돌리는 알고리즘을 정말 잘 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추 연구원은 특히 이세돌 9단을 당황하게 만든 알파고의 37번째 수에 대해 “바둑 고수들은 알파고 시스템을 구축할 때 입력한 16만개 기보에서는 나올 수 없는 수라고 평했지만, 이는 컴퓨터가 알고리즘에 따른 강화학습을 통해 최정상급 바둑기사들이 찾지 못한 수를 계산해낸 것으로 알파고가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수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알파고는 지금까지 바둑의 정석으로 여겨온 규칙을 뛰어넘으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계산 능력으로 미리 판을 읽고 수를 펼치는 면모는 프로기사들마저 충격에 빠뜨렸다.
알파고가 이날 대국 초반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치자 해설을 하던 김성룡 9단은 “어!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다혜 4단은 “프로기사들이 ‘이렇게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개념들이 있다. 그런데 알파고가 인간의 그런 개념을 완전히 깨는 수들을 뒀다. 인간과는 다른 체계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김창금 기자 ky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