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화이트홀 모델에서는 무엇이든 빨아들이고 내뱉지 않는 속성 때문에 에스에프(SF) 영화에서 소재로 다루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에 참여한 물리학자 킵 손의 웜홀 모델에서는 이론적으로 왕복 여행이 가능하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블랙홀의 이미지. 알랭 리아주엘로(크리에이티브 코먼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의 중심 부분이 검게 표현되는데 이걸 천문학에서는 ‘사건 지평선’이라고 부릅니다. 영화를 보면 두 개의 시공간이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웜홀을 통해 연결되는데 사실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청바지 차림의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풀어내는 우주의 신비에 방청객들은 블랙홀에 빨려들듯 몰입했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허블 망원경이 관측한 은하와 별의 움직임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138억년 우주의 시간에 매료된 이들은 강연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다.
서울대가 22년째 이어온 ‘자연과학 공개 강연’이 5~6일 이틀간 ‘과학자의 꿈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렸다. 전체 1500석 중 900석은 학교장 추천을 받은 전국 고등학생에게, 100석은 서울대 자연대 신입생들에게 주어졌다. 나머지 500석은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예매업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했다. 지난해 관객 1000만명을 끌어모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인기 때문인지, 좌석당 3만원씩 하는 다소 비싼 값에도 티켓 대부분이 팔렸다.
전문가나 알 법한 어려운 이론들이 영화와 실제 우주를 종횡무진 오가며 알기 쉽게 펼쳐졌다. 경기도 가평에서 온 권정미(43)씨는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한 ‘과학 데이트’가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권씨는 “아들이 <인터스텔라>를 보고 일기장에 ‘우주는 알면 알수록 궁금해진다’고 썼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을 꿈꾸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연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온 김성은(39·경기도 용인)씨도 “영화 주인공이 우주에서 어떻게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현숙 서울대 자연대 부학장은 8일 “교수들이 연구실 밖으로 나가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켜보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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