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국인 김두연 박사 연구팀
알츠하이머 ‘글레너 가설’ 첫 확인
치매 연구·치료 등에 신기원 기대
알츠하이머 ‘글레너 가설’ 첫 확인
치매 연구·치료 등에 신기원 기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인간의 뇌세포를 배양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사상 처음으로 재미 한국인 연구자의 아이디어로 개발됐다. 치매의 대표적 유형이자 퇴행성 난치병인 알츠하이머 질환 연구와 치료에 신기원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뇌신경학자인 김두연 박사와 루돌프 탄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세포를 겔 상태의 물질에 주입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인간의 뇌신경세포를 배양했으며, 실제 두뇌와 똑같은 신경전달 네트워크를 지닌 수준까지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탄지 박사는 “이번 성공의 열쇠는 ‘뇌신경세포를 겔 상태의 물질에서 배양해보자’는 김두연 박사의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도 실렸다.
연구팀은 인간 신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화학약품으로 배양해 신경세포로 만든 뒤, 여기에 알츠하이머 유전자를 이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츠하이머 뇌세포를 시중에서도 흔히 구할 수 있는 겔 용액에 담가 배양했다.
약 6주간의 실험에서 연구팀은 신경세포 표면에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쌓여 알츠하이머 유발 물질인 ‘플라크’가 형성된 데 이어 또다른 뇌단백질인 ‘타우’가 신경세포 안에서 뒤엉키는 ‘탱글’(단백질 뒤엉킴) 현상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1980년대 중반 미국 신경의학자 조지 글레너 박사는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에 대한 가설을 제안했었다. 뇌신경세포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여 플라크가 형성되면 신경세포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탱글’이 만들어져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지금까지 쥐의 뇌세포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아밀로이드와 플라크를 형성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탱글’ 형성에는 번번이 실패했었다. 이번 실험은 인간의 뇌세포를 이용해 ‘글레너 가설’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탄지 박사는 시판 중인 1200여종의 약품과 1차 임상테스트를 마친 5000여종의 실험약품을 이번 결과에 응용해 알츠하이머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