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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약도 되고 무기도 되는…눈물의 정체는 무엇?

등록 2014-06-06 19:02수정 2014-06-09 10:00

눈물을 흘리는 행동은 일종의 감정의 해방구 역할을 하면서 정신적인 치유에 도움을 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피해·희생자들의 어머니 모임인 ‘5월 어머니집’ 회원들이 5월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도착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러 가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눈물을 흘리는 행동은 일종의 감정의 해방구 역할을 하면서 정신적인 치유에 도움을 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피해·희생자들의 어머니 모임인 ‘5월 어머니집’ 회원들이 5월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도착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러 가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토요판] 몸 눈물이란 무엇인가
눈과 마음을 위해 한바탕 잘 흘리는 능력

▶ 유달리 울 일이 많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아직도 눈물 흘립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그럴 겁니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연애를 합니다. 밀고 당기며,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지요. 인간처럼 큰 안구를 가진 동물은 여러가지 이유로 ‘눈물 흘리기’를 발달시켜 왔습니다. 눈물은 안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정서를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요?

기원전 753년, 로마를 세웠던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공동체를 이루는 데서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결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로마는 젊은 국가였다. 이는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구성원 대부분이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들이라는 뜻도 있었다. 청년들로만 이루어진 국가는 지금 당장은 젊고 강할지 모르지만 미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세대를 이어 계속 아이들을 낳고 키워줄 아내와 어머니가 필요했다. 그들이 아내와 어머니가 되어줄 여성들을 얻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효율적이고도 비정한 것이었다.

실컷 엉엉 울고 나면 슬픔도
덜해지고 시원한 느낌 든다
감정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함유량 더 많이 포함되기 때문
심리 변화 넘는 생화학적 변화

수성·지질·점액 성분으로 구성된
눈물의 존재가치는 눈 보호
눈 마르지 않게 삼투압 유지
감정 배출구로 눈물을 이용하는
점에선 사람 따라올 동물 없어

상대를 흥분시키기도, 상대를 안정시키기도

그들은 축제를 열어 인근에 사는 사비니족을 초대한 뒤, 남자들은 살육하고 처녀들은 납치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당한 일에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남은 사비니족이 전열을 가다듬어 로마로 딸과 여동생을 되찾기 위해 진군한 것은 그로부터 몇 해나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벌어진 피의 승부. 그 전장 한가운데 맨몸의 사비니족 여성들이 뛰어들었다. 그녀들은 이미 로마인들의 아내가 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의 남편과 오빠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와 자신이 낳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기에 그들에게 눈물로 싸움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그녀들의 진심 어린 눈물 앞에 서로를 죽일 듯이 덤벼들던 양 진영의 남성들의 투지는 사그라들었고, 결국 피의 전투는 눈물의 화합으로 끝이 났다.

눈물은 여자의 무기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 볼테르는 ‘남자가 온갖 말을 다 하여도 여자가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에는 당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여성이 흘리는 눈물의 위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말로 여성의 눈물에는 남자의 마음을 녹이는 마력이라도 존재하는 걸까?

그동안 동물실험 결과 밝혀진 것은 오히려 수컷의 눈물에는 일종의 페로몬이 존재하여 상대를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10년 일본 도쿄대의 도하라 가즈시게 교수팀은 수컷 쥐는 암컷 쥐를 유혹할 때 눈물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컷 쥐의 눈물 속에 들어 있는 ESP1이라는 페로몬이 암컷을 유혹하는 비장의 무기라는 것이다. 실험 결과, 이 물질을 접하지 않은 암컷 쥐는 매우 깐깐해서 수컷 쥐에게 짝짓기를 허락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한 반면, 이 물질에 노출된 암컷 쥐는 성적으로 너그러워져 50%의 확률로 수컷 쥐의 구애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당시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고, 과학자들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눈물에도 이런 페로몬이 들어 있을까’라는 것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2011년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노암 소벨 박사 팀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여성의 눈물은 남성의 성적 흥분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일종의 반대되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20대의 젊은 남성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에는 여성들이 슬퍼서 울 때 흘린 눈물을, 다른 그룹에는 보통의 식염수를 패치에 적셔서 코밑에 붙인 뒤 이들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그랬더니 여성의 눈물을 접한 그룹의 남성들은 식염수를 접한 남성들에 비해 심장 박동과 호흡이 좀더 안정되었고,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줄어들었으며, 동일한 여성에게 느끼는 성적 매력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혈기왕성한 남성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성적인 흥분을 가라앉힌다는 것은 이들을 덜 공격적이고 더 순해지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 된다. 정말로 인간 여성의 눈물은 (적어도) 남성에게는 일종의 ‘무기’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때에 따라서 상대를 흥분시키기도 안정시키기도 하는 눈물. 그렇다면 눈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눈물은 눈물샘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체액의 일종이다. 눈물은 크게 수성 성분, 지질 성분, 점액 성분의 3가지로 구성되는데 눈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성 성분은 눈을 마르지 않게 하고 삼투압을 유지하며 다양한 항균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눈을 보호한다. 예를 들어 수성 성분에 들어 있는 리포칼린은 면역세포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눈으로 유입될 수 있는 원충의 활동을 억제하며, 라이소자임은 박테리아의 세포벽에 구멍을 뚫어 이들의 침입을 막는다. 그다음으로 지질 성분은 주로 눈꺼풀에 존재하는 마이봄샘에서 분비되는데 이는 각막 위를 코팅해 눈이 마르지 않도록 돕고, 결막에서 분비되는 뮤신(무친)이라는 점액 성분 역시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티브이를 많이 보거나 게임을 오래 하면 눈이 뻑뻑해지고 피로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는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증상이다. 실험 결과 화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보통때보다 눈을 깜빡이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눈을 깜빡여 눈꺼풀이 눈을 덮어주어야 눈물이 고르게 분포되고 눈꺼풀에서 분비되는 지질 성분이 눈을 코팅해서 눈이 마르지 않는데,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들면 눈물이라는 눈의 윤활제가 골고루 충분하게 보급되지 못해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안구건조증은 쇠그렌 증후군(눈물샘이 파괴되는 자가면역질환)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고, 결막염이나 시력 저하 등과 연관될 수 있으니 눈이 뻑뻑하다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등 눈을 보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 광고에서 주장하듯 한번 떠난 시력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인 우울증을 덜어준 ‘다이애나 효과’

눈물의 일차적 존재가치는 눈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을 가진 생물체라면 당연히 눈물이 만들어진다. 동물도 눈을 마르지 않게 보호하고,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빼내기 위해 눈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적인 배출구로 눈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사람을 따라올 동물은 없다. 사람은 감정을 표출하는 용도로 눈물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존재다. 우리는 아프거나 슬플 때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기쁘거나 화가 머리끝까지 나거나 감동했을 때도 눈물을 흘린다. 흥미로운 것은 감정 상태에 따라서 눈물의 성분이 약간씩 달라진다는 것인데, 이런 반응성의 눈물 속에는 카테콜아민류의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의 함유량이 평소에 분비되는 눈물보다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감정이 북받칠 때 실컷 엉엉 울고 나면 슬픔도 덜해지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단순히 심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이런 생화학적 이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사람의 눈물은 감정의 배출구로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1997년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영국 전역은 큰 슬픔에 빠져들었고, 많은 영국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영국에서는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사람이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한다. 혹자들은 이들 ‘다이애나 효과’(Diana effect)라고 불렀는데, 이는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행동 자체가 일종의 감정의 해방구 역할을 하여 정신적인 치유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감정을 숨기고 분노를 마음 깊숙한 곳에 쌓아두는 것보다 이를 겉으로 드러내 한바탕 눈물로 흘려버리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는 더욱 이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이처럼 감정적인 눈물을 ‘잘’ 흘리도록 자연선택된 것은 그렇게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는 것이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었고, 이는 사람이라는 종이 생존하는 데 더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현대사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좀더 ‘잘 울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그래야 새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기에.

이은희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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