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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수컷 멸종론’ 과장됐다

등록 2012-02-23 20:15수정 2012-02-23 22:09

“Y염색체 퇴화 사실상 멈춰”
남자들은 자신들이 언젠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덜게 됐다.

미국 화이트헤드연구소는 남성을 결정하는 Y염색체가 더이상 쇠퇴하지 않을 것이며 ‘수컷 멸종 이론’은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22일 보도했다.

‘수컷 멸종론’은 양성생식 생물의 성별을 결정하는 X염색체(여성)와 Y염색체(남성)의 유전적 특성에서 비롯했다. 인간의 염색체는 모두 23쌍 46개로, 부모에게서 각각 절반씩을 물려받는다. 여성은 성 염색체 ‘XX’를 포함해 23쌍 모두가 상동염색체이므로 아버지(XY)와 어머니(XX)에게서 각각 하나씩의 X염색체를 물려받아 짝을 이루지만, 남성 염색체는 ‘X-Y’ 조합이 될 수밖에 없다.

세포들은 감수분열과 재조합 과정에서 상대의 염색체와 유전정보를 뒤섞는 방식으로 유전적 결함을 고치며 진화하는데, Y염색체는 그럴 기회가 없어 퇴화해왔다. 오늘날 인간 Y염색체에는 2억~3억년 전 X염색체와 분리돼 진화를 시작했을 당시와 견줘 가장 젊은 유전자 3%만 남아 있다. 학계는 이런 ‘유전자 상실’을 근거로, 500만년 뒤에는 Y염색체가 절멸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제니퍼 휴스 박사가 이끄는 미국 연구팀은, 약 2500만년 전 인간과 갈라진 붉은털원숭이의 Y염색체 유전자 배열이 현생인류의 그것과 놀랄 만큼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인간 Y염색체의 유전자 상실이 거의 없었으며 퇴화가 사실상 멈췄다는 뜻이다. 이전까지 인간 Y염색체의 비교연구 대상은 약 600만년 전 인간과 갈라진 침팬지였다. Y염색체가 이처럼 안정된 것은 진화의 자연선택 과정에서 더이상의 ‘유전자 상실’이 생길 경우 유기체(인간)가 멸종될 수 있을 만큼 필수 유전자들만 남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휴스 박사는 “이번 발견은 Y염색체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Y염색체 연구를 쥐, 마모셋(명주원숭이) 등 다른 포유동물까지 넓혀볼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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