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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린 우주비행 50돌’ 러시아 “2030년까지 달기지 세우겠다”

등록 2011-04-11 19:14수정 2011-04-11 21:37

 꼭 50년전인 1961년 4월12일, 옛소련의 공군조종사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비행하면서 인류의 우주여행 시대를 개막했다.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에 이은 쾌거였다.

기선을 빼앗긴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로 달 표면에 인간의 첫 발자국을 남긴 데 이어, 가가린의 우주비행으로부터 꼭 20년 뒤인 1981년 4월12일에는 기존의 일회용 로켓이 아닌 첫 우주왕복선 엔터프라이즈호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 경쟁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앞선 확고한 징표였다.

 러시아가 ‘가가린 50돌’을 맞아 화려했던 옛영광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후발 우주강국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리고,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지난 7일 기념비행에 나선 소유즈 로켓이 가가린의 커다란 사진을 싣고 우주정거장에 도킹한 것은 그 의지의 표현이었다.

 특히 미국이 재정적자 감축 차원에서 다음달 디스커버리호 발사를 마지막으로 우주왕복선 시대를 마감하는 반면, 러시아는 야심찬 우주탐사 계획을 공개하고 관련예산도 크게 늘려 대조된다.

 미국이 차세대 발사체 오리온을 선뵐 예정인 2016년까지 향후 6년 동안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까지 우주비행사를 실어나르는 유일한 나라가 되는 것도 상징적이다. 러시아는 2015년까지 미국 우주비행사를 우주정거장까지 태워주는 대가로만 7억5200만달러(약 8154억원)를 벌어들이게 된다.

 러시아는 기존 계획보다 10년이나 앞당긴 2020년까지 유인우주선의 달 착륙, 2030년까지 달 기지 건설, 2040년까지는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8일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연락선 뱃사공에 머물러선 안된다”며 “이제 러시아는 태양계 행성 연구로 복귀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지난 2009년 우주항공 분야를 경제현대화를 위한 5대 핵심산업의 하나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연방우주청 예산으로 35억 달러를 할당했다. 2007년치의 거의 3배,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다.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러시아 연방우주국장은 이달초 <블룸버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적정한 예산을 배정해준 것은 처음이다. 이제 모든 과제에서 다소 진전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원대한 포부가 제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주예산을 대폭 늘려갈 작정이라곤 하지만, 아직은 미국에 역부족이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올해보다 3억 달러 줄여잡은 내년 예산안이 187억달러로, 러시아의 5배를 넘는다. 투자 부족에 따른 기술 정체는 심각하다. 러시아는 1957년 가가린을 우주에 보냈던 소유즈 로켓 시리즈를 아직까지 우주발사체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폐기하고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러시아의 우주전문가 세르게이 샴수트디노프는 10일 <로이터> 통신에 “우리 엔지니어들은 처음부터 우주선을 아주 잘 만들었다. 지금도 70년대 장비로 우주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과의 우주 협력이 러시아 우주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은 것은 역설적이다. 러시아 우주정책 전문가 우리 카라시는 최근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협력은 좋지만, 우주정거장 프로젝트가 보여주듯이, 그것이 우주기술의 침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소유즈 로켓의 발사 연기와 올해 들어 2차례의 인공위성 발사 실패, 달 탐사와 화성 탐사 중 우선순위를 둘러싼 우주개발 당국자들의 의견 충돌도 썩 달갑지 않은 징조다. 레프 젤리오니 러시아 우주개발연구소장은 최근 달 표면에 물 성분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자원이 있는 곳에 경쟁이 있게 마련”이라며 달 탐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 우주선 제작업체인 에네르기야의 비탈리 로포타는 미국이 화성 탐사에 나서고 있는 점을 들어 “만일 우리가 달을 우선 순위로 한다면, 장기적으로 (우주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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