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학 연구진 발표
죽음에 대한 공포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진화론보다는 ‘지적설계론’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전문 온라인 매체인 <라이브사이언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진화론과 지적설계론에 대한 믿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제시카 트레이시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의 연구결과를 지난 2일 보도했다.
지적설계론은 “신은 아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지적 존재’가 우주와 지구 상의 생명을 만들었다”는 이론으로, 자연선택설을 주장하는 진화론자들에 맞서 창조론 진영이 내세운 새로운 이론적 무기다.
트레이시 교수는 1600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죽음, 치과 진료 등 여러 두려움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뒤 진화론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저작 일부와 지적설계론 주창자인 마이클 베히의 저작 일부를 읽게 했다. 이후 실험 참가자들에게 종교와 진화, 지적설계론 등에 관한 느낌을 비롯해 각 이론에 대한 동의 정도를 물었다. 그 결과, 죽음을 생각한 뒤 참가자들은 대체로 지적설계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트레이시 교수는 “사람들은 과학이 자신의 삶이 뭔가 큰 의미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길 바라는데, 진화론보다는 인간의 삶에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적설계론이 그런 욕구에 더욱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 전통적 과학과는 달리, 지적설계론은 종교의 위안적 효과와 흡사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조사가) 왜 많은 사람들이 지적설계론을 지지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0%가 여전히 창조론을, 38%가 지적설계론을 믿고 있으며, 16%만이 진화론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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