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5월께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출범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외 민간 전문가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설계할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게 될 우주항공청의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우주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 도약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우주개발 진흥법 일부개정안, 우주항공청을 중앙행정기관으로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모두 3개다. 특별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차관급 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도록 하는 한편, 우주항공청을 감독하는 국가우주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대통령실 직속으로 격상하고 위원 수를 16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우주항공청은 이르면 5월께 경남 사천시에 300명 규모로 출범하게 될 전망이다. 우주항공청은 그동안 과기정통부가 수행한 우주항공 분야의 정책·국제협력 기능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항공정책 수립·육성)와 한국연구재단(우주항공 사업 관리·평가) 등에 나뉘어 있던 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총괄하게 된다. 아울러 기존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도 우주항공청 소속 기관으로 편입된다. 이를 통해 국가 주도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 민간과 협력하고, 기존에 민간이 해온 소규모 사업들은 우주항공청이 평가와 관리를 맡는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우주탐사 프로그램 등의 국제협력도 우주항공청이 주도적 구실을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우주항공청이 다른 공무원 조직과 달리 민간인 비율을 제한하지 않는 특례(정부조직법상 20% 이하로 제한)를 둔 것이다. 팀장 이상 모든 보직에 민간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고 보수 상한도 없다. 본부 조직을 새로 만들고 바꾸거나 해체하는 것도 자유롭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관계자는 “국내외 민간 전문가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설계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간까지 앞다퉈 우주 개발에 나서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22년 11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을 하며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2년 달 착륙과 2045년 화성 착륙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지금까지 유엔우주업무사무소(UNOOSA) 기준 우주전담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는 국가는 74개국으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우주전담기구가 없는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는 우주항공청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우주항공청의 직접 연구·개발(R&D) 기능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야당과 과학기술노조는 항우연과 천문연의 핵심 연구인력을 우주항공청으로 빼내 결국 대전에서 경남 사천으로 기관을 이전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여야는 항우연과 천문연을 우주항공청 산하에 두되 이들 두 기관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때엔 국회 동의 절차를 밟도록 하며 합의점을 찾았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