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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네이처, ‘상온 초전도체’ 논문 철회…미국 교수도 연구 진위 논란

등록 2023-11-08 11:33수정 2023-11-09 08:21

미국 디아스 교수 논문…지난해 이어 두번째
“데이터 반영 부정확” 공동저자들 요청 따라
미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 교수가 올해 3월 네이처에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문이 철회됐다. 디아스 교수는 현재 대학 쪽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실험실에서 초전도체를 연구하고 있는 디아스 교수. 로체스터대 제공
미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 교수가 올해 3월 네이처에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문이 철회됐다. 디아스 교수는 현재 대학 쪽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실험실에서 초전도체를 연구하고 있는 디아스 교수. 로체스터대 제공

올 여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한국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발표가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한 데 이어, 이번엔 비교적 낮은 기압의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미국 과학자의 논문이 철회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7일 미국 로체스터대 랑가 디아스 교수가 올해 3월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공동저자들의 요청에 따라 철회한다고 밝혔다. 논문 철회를 요청한 연구자는 공동저자 11명 중 디아스 교수 등 3명을 제외한 8명이다.

디아스 교수는 네이처 논문에서 온도 21도와 대기압 1만배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새로운 초전도체(루테튬, 수소 및 질소 화합물)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네이처는 그러나 공동저자들은 “논문이 자료 출처와 실험 측정 및 데이터 처리 방식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견해를 표명했으며, 이는 논문의 무결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초전도란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기 저항은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점차 감소하다가 특정 온도가 되면 아예 사라진다. 전기저항이 사라지면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어 에너지 이용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초전도체의 또다른 특성은 자력선을 밀어내는 반자성이다. 이는 자성체(자석)를 공중에 뜨게 할 수 있어 자기부상열차나 진공열차(하이퍼루프), 정밀계측기, 핵융합로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올해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상온초전도체 물질 표본. 로체스터대 제공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올해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상온초전도체 물질 표본. 로체스터대 제공

로체스터대, 연구 진실성 조사 시작

디아스 교수의 초전도체 논문 철회는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2020년 네이처에 15도, 100만기압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논문은 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 성과’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동료 학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네이처는 2022년 9월 이 논문을 철회했다.

앞서 디아스 교수가 2021년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한 이황화망간의 전기적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도 올해 8월 데이터 조작 혐의로 철회됐다. 일부에선 2013년 그의 워싱턴주립대 박사 논문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네이처는 그동안 디아스 교수의 논문에 관한 논란을 지켜본 초전도체 전문가들은 사실 올해 그의 논문이 출판된 직후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존스홉킨드대 피터 아미지지 교수(실험물리학)는 네이처 편집진과 리뷰어(동료학자)가 논문 검토 과정에서 이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네이처 물리학부문 수석 편집자인 칼 지멜리스는 이에 대해 “전문 리뷰어들은 원래의 논문에 많은 질문을 제기했고 이는 수정을 거쳐 대부분 해결됐지만, 제출된 논문이 수행된 연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지 여부는 동료학자 검토 과정에서 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로체스터대가 현재 외부 전문가를 통해 디아스 교수의 연구 진실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주축으로 한 한국 연구자들이 지난 7월 개발했다고 밝힌 상온 초전도체 LK-99의 한쪽이 자석 위에 떠 있는 모습. 김현탁 박사가 공개한 동영상의 한 장면.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주축으로 한 한국 연구자들이 지난 7월 개발했다고 밝힌 상온 초전도체 LK-99의 한쪽이 자석 위에 떠 있는 모습. 김현탁 박사가 공개한 동영상의 한 장면.

상온 초전도체 개발 100년의 역사

초전도체는 그동안 5차례에 걸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이 10명 이상 나올 정도로 세계 과학계의 블루오션 연구 분야로 꼽힌다.

초전도체 발견과 개발의 역사는 110년 남짓에 이른다.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메를링 오네스가 수은을 액체 헬륨으로 영하 269도까지 냉각하자 갑자기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걸 발견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이 공로로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과학자들은 앞다퉈 좀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 발견에 나섰다. 1957년엔 미국 과학자들이 초전도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BCS이론)하는 데 성공했고, 1986년엔 스위스 과학자들이 영하 238도(절대온도 35도)의 임계 온도를 갖는 최초의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 절대온도 30도(영하 243도) 이상의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을 고온 초전도체로 분류한다. 이 두 성과는 각각 1972년, 1987년 노벨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초전도 현상을 구현한 최고 온도는 영하 23도다.

*참고 자료

https://doi.org/10.1038/d41586-023-03398-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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