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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볼록렌즈로 달에 포장도로를? 레이저로 실험해봤다

등록 2023-10-20 09:30수정 2023-10-21 11:34

유럽우주국, 레이저로 월면토 굳히기 성공
볼록렌즈 이용해 태양열 모으면 같은 효과
유럽우주국 과학자들이 인공 월면토에 레이저를 쏘아 단단한 바닥체를 만들었다. 유럽우주국 PAVER Consortium
유럽우주국 과학자들이 인공 월면토에 레이저를 쏘아 단단한 바닥체를 만들었다. 유럽우주국 PAVER Consortium

1960~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아폴로 우주선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했을 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달 먼지였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 표면에서 먼지는 조그만 충격에도 공중으로 떠오른다. 우주선의 추진기를 이용해 달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먼지가 공중에 떠올라 그 지역 일대를 뒤덮을 수밖에 없다.

아폴로 12호 사령관 피트 콘래드는 “달 표면 탐사에서 가장 심각한 제약 요인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피부, 우주복 소재, 금속 등 어떤 종류의 물질이든 모든 것에 달라붙는 먼지”라며 “먼지와 마찰하면서 우주복 겉부분도 마모되는 걸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아폴로 17호 사령관 진 서난도 “먼지는 아마도 달에서의 임무수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라며 "먼지를 제외한 다른 생리적, 물리적, 기계적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이 없는 달에서는 먼지가 둥글지 않고 뾰족한 게 특징이다. Lehigh University 제공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이 없는 달에서는 먼지가 둥글지 않고 뾰족한 게 특징이다. Lehigh University 제공

달 표면 탐사의 최대 위협은 달 먼지

달 먼지는 지름이 10~50㎛(1㎛=100만분의 1m)로 미세먼지 크기다. 그런데 지구의 먼지와 다른 점이 있다. 지구의 먼지가 둥글둥글한 반면 달 먼지는 끝이 뾰족하다. 대기가 없어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탓이다. 더욱이 햇빛으로 인한 광전효과로 정전기를 띠고 있어 쉽게 달라붙는다. 면도날처럼 끝이 날카로운 먼지가 쉽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니 우주비행사들이 느꼈을 공포심을 알 법하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서도 달 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다.

달 먼지로부터의 위협을 줄이는 방법은 우주선이나 탐사차가 착륙 또는 이동할 때 달 먼지가 휘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달 표토의 먼지입자들을 단단하게 뭉쳐 흩어지지 않게 해주면 된다.

볼록렌즈(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달 표토를 녹이면 단단한 구조로 바뀌고, 이를 이용하면 포장도로같은 길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우주비행사들이 달 먼지로 인한 장비 손상 걱정없이 달 표면을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집광 렌즈를 이용해 만든 달 포장도로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집광 렌즈를 이용해 만든 달 포장도로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집광렌즈 대신 레이저로 개념증명 실험

독일 알렌대가 중심이 된 유럽우주국(ESA) 국제공동 연구진은 레이저로 달 표토와 비슷한 성분의 인공 월면토를 녹인 결과 월면토가 단단하게 바뀌는 개념증명 실험에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이 기술은 전기를 이용하는 히터 대신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달 표토를 녹이려면 지름 1.5m에 이르는 커다란 집광용 볼록렌즈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 렌즈와 같은 열에너지를 쏘아줄 수 있는 레이저로 실험에 나섰다.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달 먼지로 지름 약 25cm, 두께 약 2cm인 타일을 만들 수 있었다. 연구진은 포장도로를 만들기 위해 서로 맞물릴 수 있는 삼각형을 비롯한 다양한 모양의 타일을 만들 수 있는지도 시험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포장도로를 만들기 위해 서로 맞물릴 수 있는 삼각형을 비롯한 다양한 모양의 타일을 만들 수 있는지도 시험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연구진은 포장도로를 만들기 위해 서로 맞물릴 수 있는 삼각형을 비롯한 다양한 모양의 타일을 만들 수 있는지도 시험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

석달이면 착륙장 건설 가능

연구진은 12kw 출력의 레이저를 이용해 사장석과 감람석, 휘석으로 만든 인공 월면토를 가열했다. 인공 월면토는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점차 압축되다가 1200도에 이르자 콘크리트와 비슷한 강도를 지닌 검은색 유리 구조물로 변했다. 실험에 사용한 레이저 빔의 폭은 최대 10cm였다.

연구진은 집광렌즈로 햇빛을 모아 달 표토에 쏘아주면 두께 2cm, 크기 100㎡의 착륙장을 115일 안에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타일이 로켓의 추력을 견뎌낼 수 있는지,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한 달의 저중력 조건에서도 타일이 잘 만들어질 수 있는지 등 추가로 시험하고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98-023-42008-1

Laser melting manufacturing of large elements of lunar regolith simulant for paving on the Moon. Sci Rep(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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