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이 설치한 지진계 중 하나. 미 항공우주국 제공
지구와 같은 지각판의 활동이 없는 달에서도 지진은 일어나고 있다. 이를 월진이라고 한다. 월진은 지구와 달 사이의 상호 중력작용, 낮과 밤의 극심한 온도차 등에 의해 일어난다.
달에서도 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1969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가 갖고 간 지진계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 때까지 계속해서 지진계를 가져가 월진 현상을 측정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달에서는 아주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깊은 월진, 비교적 얖은 곳에서 일어나는 얕은 월진, 운석에 의한 충돌 월진, 낮과 밤의 온도차에 의한 열 월진 네 가지 유형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지진계온도 변화로 인해 생기는 월진은 매일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칼텍 제공
달 표면에서 일어나는 열 월진은 온도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달에는 공기가 없어 햇빛을 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표면 온도가 곧바로 크게 등락한다. 낮에는 최대 12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최저 영하 133도까지 떨어진다. 이로 인해 지각이 빠르게 팽창하고 수축하는 과정에서 작은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지구에 한 쪽면을 고정시킨 채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하루는 지구의 29.5일에 해당한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진이 아폴로 17호가 설치했던 3대의 지진계(지오폰)가 기록한 열 월진 데이터 8개월치(1976년 10월~1977년 5월)를 인공지능을 이용해 새롭게 분석한 결과, 다섯번째 유형의 월진을 찾아내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저널-행성’(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 Planets)에 발표했다.
아폴로 17호 지진계 3대의 위치. 착륙선(LM)은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지진계의 오른쪽에 있다. 칼텍 제공
아침 월진은 5~6분에 한 번씩 발생
연구진은 우선 월진이 매일 오후 태양이 정점을 지나 햇빛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알람시계 울리듯 정확히 규칙적으로 발생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이 저녁 월진과 달리 아침에도 미세한 월진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사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 월진의 진원지가 바로 아폴로 17호 착륙선이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삼각측량법을 이용해 추적한 결과 지진계로부터 수백m 떨어진 아폴로 17호에서 아침 월진이 시작됐다. 아침에 착륙선이 태양열로 인해 팽창하자 땅이 미세하게 흔들린 것이다.
한국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달 상공 100km에서 고해상도카메라로 지난 3월30일 촬영한 아폴로 17호 착륙선. 아폴로 17호는 1972년 달에 착륙한 마지막 유인 우주선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알렌 허스커 칼텍 교수(지구물리학)는 “아침 월진은 5~7시간 동안 5~6분에 한 번씩 지진이 발생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규칙적이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아침 월진은 규모가 매우 작아서 달 표면에 서 있는 사람이 느낄 수는 없지만 착륙선과 각종 장비에 일어나는 수축과 팽창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29/2022JE007704
Thermal Moonquake Characterization and Cataloging Using Frequency-Based Algorithms and Stochastic Gradient Descent.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