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의 로봇탐사차 큐리오시티가 3전4기 끝에 화성의 마지막 우기의 퇴적물이 쌓이 게디즈 발리스 능선(오른쪽)에 도착했다. 이 사진은 능선 아래쪽에서 찍은 사진이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로봇탐사차 큐리오시티가 3년에 걸친 3전4기의 시도 끝에 퇴적암이 즐비한 능선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곳은 30억년 전 화성의 마지막 우기에 강력한 물살이 거대한 산등성이를 타고 흐르면서 운반해 온 암석들이 널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나사는 “이전의 세 번 시도에선 경사가 너무 가팔라 능선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23도의 경사에다 미끄러운 모래바닥, 자동차 바퀴 크기 만한 암석들이 큐리오시티의 발목을 잡고 앞길을 방해했다. 나사는 “지형을 탐색한 끝에 다행히 우회로를 찾아 8월14일 능선에 당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때마침 지난 8월5일 큐리오시티는 화성 탐사 11주년을 맞았다.
큐리오시티의 이동 경로. 오른쪽 얇은 선이 지나온 길이며, 왼쪽 굵은 선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다. 노란색은 황산염이 풍부한 지역이다. 황산염은 물이 마르면서 생기는 광물이기 때문에, 화성이 30억년 전 건조한 기후로 바뀔 때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큐리오시티는 현재 게디즈 발리스 능선(붉은색) 정상 인근에 있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경사면을 따라 퇴적물이 부채꼴처럼 퍼져
큐리오시티는 2014년 높이 5km의 샤프산 저지대에서부터 산 비탈을 오르면서 곳곳에서 고대 호수와 강줄기의 흔적을 발견했다. 산의 다양한 지형은 각각의 고유한 화성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그 중 이번에 도착한 게디즈발리스능선은 이 산에서 마지막으로 형성된 지형 중 하나다.
큐리오이시티는 이곳에서 11일을 보내며 사진을 촬영하고 암석의 조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게디즈발리스능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퇴적물은 주로 샤프산의 높은 지층에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자동차 크기만한 바위 등 일부는 좀더 아래쪽에서부터 내려왔다. 나사는 “이 바위들은 큐리오시티가 산 위의 구성 물질을 조사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능선에 도착한 큐리오시티는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퇴적물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간 지질학적 특징도 확인했다. 이는 지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이다.
큐리오시티가 오른 게디즈 발리스 능선이 입체 그림. 높이가 21미터에 이른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수로를 찾아 더 높은 곳 향해 다시 출발
이번 능선 프로젝트를 이끈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지질학자 윌리엄 디트리히는 “거대한 바위가 높은 산에서 내리막길로 쏟아져 내려와 아래쪽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갔다”며 “이런 사건을 실제로 목격했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큐리오시티는 게디즈 발리스 능선에서 주변 지역을 360도로 볼 수 있는 160장의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다.
큐리오시티의 다음 과제는 능선 위의 수로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 높은 곳을 향해 출발했다. 샤프산을 따라 물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이번 여정의 목적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