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26일 오전 5시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촬영한 황도광.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원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michael flynn/어스스카이 제공
비교적 선선해진 새벽 바람을 타고 황도광의 계절이 돌아왔다.
황도광이란 황도, 즉 천구상에서 해가 지나는 길에 있는 우주 먼지가 햇빛을 산란하는 현상을 말한다. 황도광은 일출 전 또는 일몰 후 지평선 위에 희미한 삼각형 또는 고깔모자 모양으로 나타난다. 태양에 가까울수록 밝고,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어두운 빛을 띤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황도는 곧 지구가 공전하는 궤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3월에는 저녁 일몰 후 서쪽 하늘에서, 9월엔 일출 직전 동쪽 하늘에서 약 1시간 동안 황도광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다. 북반구에서 황도광을 볼 수 있는 시기는 8월 말~11월 초 새벽, 2월 말~5월 초 저녁이다.
경북 문경 활공랜드에서 새벽녘에 촬영한 황도광. 강지수/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붉은 노을과 달리 우윳빛을 띠는 이유
공전 궤도상의 지구 위치로 보면 3월 춘분(3월21일)과 9월 추분(9월23일) 무렵이 가장 관찰하기가 좋은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적의 관찰 조건이 충족되려면 한 가지가 더 갖춰져야 한다.
황도광은 빛이 희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늘이 어두워야 더 잘 보인다. 따라서 달이 뜨지 않는 날이 관찰에 유리하다. 올해의 경우 새벽 하늘에 달이 없는 9월 중순이 관찰하기엔 더 낫다. 초승달이 뜨는 9월15일 이전 며칠 동안이 가장 좋은 때라고 천체관측 정보 매체 ‘어스스카이’는 전했다. 또 당연한 얘기지만 하늘 관측을 방해하는 인공조명이 있는 도시보다는 빛공해가 없는 도시 외곽 지역에서 더 잘 볼 수 있다.
황도광은 동 트기 전의 하늘 모습으로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짜 새벽’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새벽 동쪽 하늘이나 저녁 서쪽 하늘을 장식하는 붉은 노을과는 달리 황도광은 은하수와 비슷한 우윳빛이다. 노을은 태양 광선이 지구의 대기층 먼지에 산란된 빛인 반면 황도광은 훨씬 더 먼 우주 먼지에 산란된 빛이기 때문이다.
샛별 금성도 함께 관측 가능…19일 가장 밝아
특히 올해 9월 새벽 하늘에선 황도광과 함께 샛별 금성도 볼 수 있다.
8월 초 이후 밤 하늘에서 사라졌던 금성은 8월 하순 새벽 동쪽 하늘 지평선 부근에 샛별로 다시 나타났다. 금성은 오는 19일 새벽에 가장 밝게 빛난다. 이날 금성의 밝기는 -4.8 등급이다.
‘어스스카이’에 따르면 9월19일 이후 이렇게 밝은 금성을 보려면 2025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에 뜨는 샛별 금성은 2024년 3월까지 계속 볼 수 있다.
황도광을 만드는 행성간 먼지. 지구에서 화성에 걸쳐 공전 궤도를 따라 원반 모양으로 분포돼 있다. 어스스카이 동영상 갈무리
황도광의 우주먼지는 어디서 왔을까
황도광을 만드는 우주먼지들은 화성에서부터 화성~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걸쳐 분포해 있다. 이 우주먼지도 행성과 같은 공전면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마치 원반처럼 태양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이 우주먼지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과학자들은 혜성, 소행성 등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거나 처음부터 태양계 형성에 참여하지 못한 물질들일 것으로 추정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2021년 화성의 먼지폭풍이 황도광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목성 탐사선 주노의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엔 화성도 발원지 후보군에 추가됐다. 2011년 지구를 출발한 주노가 목성까지 가는 동안 우주선에 충돌하는 먼지 입자들을 추적했더니 이 먼지가 태양 주위에 둥그런 띠 모양으로 분포해 있으며, 먼지 띠의 가장 안쪽은 지구, 가장 바깥쪽은 화성에서 끝났다는 것이다. 나사는 “이는 이 먼지 구름의 발원지가 화성의 먼지폭풍일 수도 있음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