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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스트레스로 인한 노화는 되돌릴 수 있다

등록 2023-06-16 10:00수정 2023-06-16 15:22

수술·임신 중 진행된 생물학적 노화
상황 해소되자 원래 상태로 돌아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노화는 원상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노화는 원상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사람이 어느 정도 늙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은 나이다. 그러나 유전자 발현 지표로 보는 생물학적 나이는 섭식, 운동, 수면 같은 생활 습관이나 기분 등의 심리 상태, 생활 환경에 따라 나이보다 어릴 수도 더 많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한테서 그 사이 팍 늙어버린 느낌을 받았다면, 그 사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한 생물학적 노화는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듀크대 의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수술, 임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과 생쥐 실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DNA의 메틸화 정도를 통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후성유전학 시계를 개발해 이번 연구에 활용했다. 디엔에이 메틸화란 디엔에이의 특정 부위에 메틸기(-CH3)가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메틸기는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은 채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후성유전물질이다. 메틸기가 마치 따개비처럼 유전자 바깥쪽에 붙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메틸화 정도를 디엔에이의 노화 정도를 판별하는 지표로 쓴다.

연구진은 우선 수술을 받은 평균 81살 노인 9명의 디엔에이 메틸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수술 기간 동안은 이들의 생물학적 나이가 크게 올라갔지만, 그 다음주에는 수술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어 코로나19로 입원한 29명의 입원 중과 퇴원 후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했다. 여기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0살이었다.

하지만 개인마다 생물학적 노화의 진행 정도는 달랐다. 응급 수술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의해 수술을 받은 환자나 남성 코로나19 환자에게선 노화 역전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경우 남성의 회복 기간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임신 여성 200여명이 포함된 4건의 연구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여성들의 생물학적 나이는 임신 기간 중 증가했다가 출산 후 6주가 지나면서 임신 초기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생쥐의 임신 전, 임신 중, 임신 후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면 흰머리카락도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갔다. 픽사베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면 흰머리카락도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갔다. 픽사베이

흰 머리카락도 다시 원래의 색으로

연구진은 또 젊은쥐와 늙은쥐를 외과적으로 연결한 실험에서 늙은쥐의 피가 젊은쥐로 흘러들어가자 젊은쥐의 생물학적 나이가 증가했다가, 둘 사이를 분리하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걸 발견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은 생물학적 노화가 빨리 진행되지만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다시 젊어진다는 생각은 뉴욕 컬럼비아대 과학자들의 2020년 연구와도 맞아떨어진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이 35살인 남녀 14명의 머리카락을 조사한 결과, 2주간의 휴가를 갔다온 사람과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막 벗어난 사람한테서 하얗게 변했던 머리카락이 다시 원래 모발색으로 돌아오고 있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루이지 폰타나 교수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생물학적 나이가 단기적으로 역전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노화는 계속 진행된다”며 “흰머리가 어느 정도 색을 되찾을 수는 있지만 10살 때의 머리카락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럼에도 생물학적 노화를 최소한 조금이나마 역전시킬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공동저자인 듀크대 제임스 화이트 교수(혈액학)는 “많은 사람들이 일단 노화의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연구는 노화의 역전을 촉진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https://doi.org/10.1016/j.cmet.2023.03.015

Biological age is increased by stress and restored upon recover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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