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수술 없이 단 한 번의 주사로 길고양이들의 영구 피임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 픽사베이
단 한 번의 주사로 고양이의 임신을 영구적으로 예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 신시내티동물원과 하버드대 의대 공동연구진은 1회 유전자 요법으로 고양이의 장기간 피임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번거로운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도 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영구적 피임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6억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그 중 80%가 길고양이로 추정된다. 문제는 길고양이들의 자유로운 번식으로 개체수가 급증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난소와 자궁을 제거하는 중성화 수술이다. 하지만 이는 고양이의 고통을 수반할 뿐 아니라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연구를 이끈 빌 스완슨 박사(신시내티동물원)는 “고양이와 개의 인구 과잉 문제와 보호소에 있는 많은 동물의 안락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연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생쥐 실험서 발견한 항뮬러호르몬(AMH)의 기능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이 호르몬은 일정 수치가 넘으면 암컷 생쥐의 난포 성장을 억제해 불임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신시내티동물원에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이 호르몬의 효능을 시험했다. 연구진은 생명체에 해가 없는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에 이 호르몬 유전자를 삽입한 뒤, 이를 고양이의 허벅지 근육에 주사했다. 연구진은 그 결과 난포에서만 생성되던 이 호르몬이 근육에서 생성되면서 호르몬 수치가 약 100배 더 높아져 난포의 성장을 막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6마리에겐 유전자 주사를 놓고, 다른 3마리는 가짜 주사를 놓은 뒤 2년 동안 4개월씩 2번(주사 후 8개월, 20개월 시점)에 걸쳐 수컷과 같은 공간에 두면서 생식 능력을 살펴봤다.
가짜 주사를 놓은 고양이들은 모두 새끼를 낳았지만, 유전자 주사를 받은 고양이는 임신하지 않았다. 네 마리는 짝짓기를 거부했고, 두 마리는 짝짓기했지만 임신하지 못했다.
신시내티동물원에서 보호 중인 고양이들. 이 가운데 일부가 이번 연구에 쓰였다. 신시내티동물원 제공
상용화까진 5년 이상 걸릴 듯
연구진은 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주사를 받은 고양이들한테서 어떤 부작용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이 유전자 요법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전자는 근육세포에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이 효과도 무기한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근육세포가 재생되면서 수치가 감소하기는 했으나, 관찰 기간 동안 계속 호르몬 수치가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방법이 주사제로 만들어져 승인을 받기까지는 적어도 5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 자금을 지원한 미켈슨동물재단 창립자 개리 미켈슨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이 획기적인 발견은 반려동물 주인에게 외과적 중성화 수술의 대안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비외과적 피임법을 옹호해 온 비영리 단체 캣츠앤도그피임동맹 조이스 브릭스 대표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방법이 개한테서도 잘 작동할 수 있다면 세계적인 고양이와 개 인구 과잉 위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