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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가려내는 간단한 방법…코 말고 이것을 봐야 한다

등록 2023-04-18 10:00수정 2023-04-18 11:07

여러 단서 활용 땐 확률 수준 못넘지만
디테일만 보고 판단했더니 80% 정확도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주인공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커지는 벌을 받는다. 디즈니 영화 갈무리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주인공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커지는 벌을 받는다. 디즈니 영화 갈무리

서구에서 유래한 경구 중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전체적인 얼개보다는 그 안의 세부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거짓말과 진실을 구분하는 데도 이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와 마스트리흐트대, 틸버그대 공동연구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거짓말을 식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말하는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의 거짓말 테스트는 일관성, 타당성 등 다양한 신호를 결합했다. 예컨대 2011년 미국 뉴욕의 9·11 테러가 일어난 이후 미국의 보안 직원들은 92개 이상의 거짓말 신호를 가려내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런 식으로는 거짓말을 가려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러 신호를 정확하게 통합 판단할 수도 없고, 짧은 시간에 모든 신호를 평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발상을 바꿔 단 하나의 기준에 집중하면 거짓말을 탐지하기가 더욱 쉬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경험한 것을 말하기 때문에 내용을 상세하고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반면, 거짓말쟁이는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러 가지 단서를 동원하는 것보다 ‘내용의 디테일’ 한 가지만을 잣대로 거짓말 여부를 판단할 때 정확도가 더 높았다. 픽사베이
여러 가지 단서를 동원하는 것보다 ‘내용의 디테일’ 한 가지만을 잣대로 거짓말 여부를 판단할 때 정확도가 더 높았다. 픽사베이

디테일을 꾸며내면 어떻게 될까

연구진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가설 검증에 나섰다.

연구진은 44명의 학생들을 모집한 뒤 이들을 유죄 그룹과 무죄 그룹으로 나눴다. 유죄 그룹에는 사물함에서 시험지를 훔치라는 지시를 내리고, 무죄 그룹엔 대학 도서관에 가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친구에게 전화하는 등 30분 동안 캠퍼스 내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그런 다음 ‘30분 동안 뭘 했는지’ 묻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두 그룹에 모두 캠퍼스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도록 요청했다.

연구진은 이어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여러 그룹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거짓말인지 아닌지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우선 한 그룹(171명)에는 녹화된 인터뷰 중 진실그룹 6편과 거짓그룹 6편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절반에겐 인터뷰 대상자의 시선 회피 정도를, 나머지 절반에겐 진술의 세밀함(디테일) 정도를 기준으로 참과 거짓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진실을 말한 사람과 거짓말한 사람의 시선 회피 정도는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진술의 디테일에선 진실그룹이 거짓그룹보다 훨씬 더 세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그룹(405명)엔 인터뷰 녹취록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6개의 참 진술과 6개의 거짓 진술의 거짓말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절반에겐 답변이 얼마나 상세한지, 진술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묘사하는지 등 여러 단서를 사용해 거짓말 여부를 가려내도록 했다. 나머지 절반에겐 답변의 디테일 수준을 1~10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6점 이상이 나오면 진실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여러 단서를 사용한 사람들은 거짓과 진실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비율이 59%에 불과한 반면, 디테일만을 기준으로 평가한 사람들은 정확도가 66%로 더 높았다.

눈이나 행동, 표정 등 여러 단서를 사용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가려낸 비율은 확률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픽사베이
눈이나 행동, 표정 등 여러 단서를 사용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가려낸 비율은 확률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픽사베이

모두 14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가지 실험 결과, 눈이나 행동, 표정 등 여러 단서를 사용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가려낸 비율은 확률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진술의 디테일 정도만을 판단 잣대로 사용한 사람들은 정확도가 59~79%에 이르렀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영국 포츠머스대의 알데르트 브리지 교수(심리학)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누군가가 디테일 정도를 거짓말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당신을 쉽게 속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수사관이 디테일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수사 대상자가 믿음을 얻기 위해서 흘리는 정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디테일이 상세할수록 더 많은 확인 사항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이 들통날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62-023-01556-2

The use-the-best heuristic facilitates deception detection

Nature Human Behaviour (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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