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지구로 가져온 류구의 시료 2개. 홋카이도대 제공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호가 2020년 말 지구로 가져온 소행성 류구의 시료에 유전물질인 R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과 니아신(비타민B3)이 발견됐다.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 우주에서 만들어진 뒤 운석 등에 실려 지구로 날아왔다는 가설에 힘을 보태주는 발견이다. 하야부사 2호가 2020년 말 류구에서 가져온 소행성 시료는 5.4g이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은 탐사선이 두곳에서 채취해 가져온 시료 중 20mg을 확보해 물에 담근 뒤 나온 추출물 가운데 20~30%를 분석해 이를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우라실은 6~32ppb 의 소량이었으며 비타민 B3는 49~99ppb로 좀 더 많았다. 두 지점의 우라실 수치가 달랐는데, 이는 채취 지점별로 우주 에너지 입자에 노출된 정도가 달랐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류구는 탄소질이 풍부한 C형 소행성으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다. 지구에서 발견된 탄소질 운석에서 이런 화합물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소행성 표면의 물질에서 직접 추출해내기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우라실은 생명체의 유전물질인 DNA와 RNA를 구성하는 5가지 염기 중 RNA를 이루는 4가지 염기 가운데 하나다. DNA는 아데닌, 구아닌, 티민, 시토신으로 이뤄져 있으며 RNA에는 티민 대신 우라실이 들어가 있다. 인간 게놈 중 가장 큰 1번 염색체는 2억4900만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다. 또 니아신(비타민B3)은 신경전달 물질 생산 등의 신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발견은 유기분자들이 태양풍, 미세 운석 및 우주선에 노출된 소행성 표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우라실과 니아신(비타민B3). 홋카이도대 제공
9월 도착하는 소행성 베누 시료에 큰 기대
연구를 이끈 오바 야스히로 교수는 “이전에 발견된 것들은 출처가 지구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분석한 시료는 우주에서 밀봉해 가져와 오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우라실이 실제로 외계 물질에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라실이 존재한다면 논리적으로 생명의 다른 구성 물질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선 시료의 분량이 워낙 작아 다른 물질은 찾아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다양한 유기분자가 류구를 포함한 탄소질 소행성에서 생성돼 초기 지구로 전달됐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현재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지구로 가져오고 있는 소행성 베누의 시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9월 지구에 도착하는 이 탐사선엔 400g 이상의 소행성 시료가 들어 있다.
연구진은 “베누 시료에서는 훨씬 더 많은 양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라실 외에도 다른 염기를 비롯한 더 흥미로운 분자들이 검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 10.1038/s41467-023-36904-3
Uracil in the carbonaceous asteroid (162173) Ryugu
Nature Communications (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