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과 액시엄 스페이스가 15일 휴스턴 존슨우주센터에서 새 우주복을 공개하고 있다. 나사TV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를 타고 달 남극에 착륙하는 우주비행사들이 입을 우주복 시제품이 공개됐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15일 텍사스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에서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가 제작한 ‘AxEMU’(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라는 이름의 차세대 우주복을 공개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부피가 크고 유연하지 못해 걷기조차 힘들었던 1960~1970년대 아폴로 우주복에 비해 새 우주복은 가볍고 더 유연한 소재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밝혔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은 불가능했던, 쪼그려 앉는 것도 가능하다. 무게는 55kg으로 아폴로 우주복보다 25kg 더 가볍다.
새 우주복은 쪼그려 앉기도 가능하다. 나사TV
우주복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설계했으며 소재는 온도가 매우 낮은 달 남극의 극한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단열재를 썼다. 헬멧 양쪽에는 고성능 헤드라이트와 고화질 카메라가 있다.
또 등에 메는 배낭에는 생명 유지 장치가 들어 있다. 산소통과 자동 냉난방 에어컨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 입으면 8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생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우주복 안에 기저귀를 착용하는 것은 지금의 우주복과 같다.
액시엄은 우주복의 색상을 제외하면 최종 제품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이 입을 우주복의 색상은 햇빛 반사율을 높이기 위해 흰색으로 할 계획이다.
공개 석상에서는 기술 보안을 위해 검은색 외피를 입혔지만, 실제 우주비행사들이 입을 우주복은 흰색이다. 액시엄 스페이스 제공
소유권은 민간이 갖고 나사는 빌려 쓰는 방식
새 우주복은 특히 남성만을 염두에 뒀던 기존 우주복과 달리 여성에게도 맞게 설계됐다. 아르테미스 3호에는 처음으로 여성 우주비행사가 탑승한다. 나사는 “다양한 크기의 부품으로 미국 남성과 여성 체형의 90%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액시엄은 이번 여름에 지상시험용 최종 제품을 제작해 나사에 납품할 계획이다. 새 우주복은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에 적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유권은 기업이 갖고, 나사가 이를 빌려 쓰는 ‘뉴스페이스’ 방식으로 공급한다.
나사는 지난해 6월 액시엄 스페이스와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Collins Aerospace)를 각각 차세대 우주복 개발 업체로 선정한 뒤 두 업체의 시안을 검토한 끝에 액시엄 스페이스를 아르테미스 3호 우주복 제작 업체로 선정했다. 제작비용은 2억2850만달러다.
새 우주복은 아폴로 우주복보다 시야가 넓고 밝다. 액시엄 스페이스 제공
2008년부터 새 우주복 개발에 수억달러 투입
나사 관리 출신이 2016년 설립한 액시엄 스페이스는 지난해 4월 사상 최초로 민간인만으로 구성된 우주여행팀을 꾸려 국제우주정거장을 왕복여행했으며, 2024년 우주정거장에 첫 민간 주거 모듈(액시엄 허브 원)을 발사할 계획이다.
나사는 기존 우주복이 노후화함에 따라 2008년부터 4억달러 이상을 들여 자체적으로 차세대 우주복 기술을 개발해 왔다. 노후화한 우주복은 2013년 냉각수가 누출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성우주비행사가 입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새 우주복 설계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그동안 나사가 개발한 우주복 디자인의 절반 이상을 채택했다. 새 우주복은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등쪽의 개구부(해치)를 열고 하의부터 착용한다.
새 우주복을 입은 두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상상도). 한 사람은 암석을 조사하고 한 사람은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1만8천개 부품으로 이뤄진 ‘작은 우주선’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 중인 나사의 우주복은 1980년대 초반 만들어진 것이다. 정식 명칭은 선외활동복(EMU=Extravehicular Mobility Unit)이다. 애초 설계 수명은 15년이었다. 총 18벌을 제작했으나,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11벌이다.
상의와 하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무게는 125kg이다. 그러나 미세중력인 우주 환경에선 우주복의 무게가 큰 의미는 없다. 최대 7시간 동안 우주유영할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무려 1만8천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우주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우주비행사를 보호해주는 ‘작은 우주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각수가 순환하는 총 길이 90미터의 튜브가 우주복 안에 내장돼 있으며 영하 150도에서 영상 120도까지 견딜 수 있는 특수 소재를 썼다.
나사에 따르면 우주복을 입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분이다. 우주복을 입은 후엔 외부로 나가기 전에 한 시간 이상 산소를 호흡하며 우주복의 압력에 적응해야 한다.
우주복이 흰색인 이유는 뭘까? 나사는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주에서도 뜨거운 햇빛을 반사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우주에서 직사광선의 온도는 130도 이상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유영복 제작을 맡았다. 콜린스 제공
출발은 4명이지만 달 착륙은 2명
나사는 국제우정거장에서 우주유영 때 사용할 새 우주복은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게 맡겼다. 계약금액은 9720만달러다. 콜린스가 개발하고 있는 우주복의 이름은 애스트로(Astro)다. 애스트로는 방탄복에 사용되는 케블라보다 더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합성 섬유 벡트란을 소재로 사용한다. 팔굽혀펴기가 가능할 정도로 부드럽다고 회사쪽은 설명했다.
콜린스는 아이엘시 도버(ILC Dover)와 함께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은 물론 지금의 우주복을 제작한 업체다.
나사는 2024년 아르테미스 2호에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 궤도 왕복비행을 한 뒤, 2025년엔 아르테미스 3호로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3호엔 최초의 여성 및 비백인이 포함된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한다.
달 착륙은 2단계로 진행한다. 먼저 오리온 우주선이 우주비행사들을 달 궤도 정거장까지 데려가고, 이곳에서 2명만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으로 갈아탄 뒤 달 표면에 착륙한다.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들은 6.5일 동안 탐사 활동을 벌인 뒤 오리온 우주선으로 돌아와 지구 귀환길에 오른다. 현재 개발 중인 스타십은 이달 중 첫 궤도 시험비행을 할 계획이다.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성공 확률을 최대 50%로 본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