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촬영한 1만5천광년 거리의 ‘울프-레이에 124’(Wolf-Rayet 124)별. 나사는 “밝게 빛나는 가스와 먼지 덩어리는 별을 향해 헤엄치는 올챙이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별을 둘러싸고 있는 성운은 약 10광년에 걸쳐 펼쳐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구에서의 먼지는 환경을 망가뜨리는 오염원이지만, 우주에서의 먼지는 별과 행성, 생명체를 만드는 근원적 재료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울프-레이에 124’(Wolf-Rayet 124)라는 늙은 별이 내뿜는 엄청난 양의 가스와 먼지를 상세하게 포착한 사진을 14일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14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컨퍼런스(South by Southwest Conference)에서 공개했다.
지구에서 1만5천광년 거리의 궁수자리에 속해 있는 이 별은 질량이 태양의 30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 질량이 지구의 33만3천배이니, 지구와 비교하면 거의 1000만배 질량이다. 하늘에서 가장 밝고 가장 무겁고 큰 별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무겁고 큰 별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소멸한다. 보통 태양 질량보다 10배 이상 큰 별은 그 마지막 순간에 초신성으로 폭발한다. 초신성이란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며 매우 밝게 빛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큰 별 가운데 일부는 초신성으로 폭발하기 전에 잠깐 동안 울프-레이에(Wolf-Rayet Star)라는 단계를 거친다.
울프-레이에 단계는 별이 자신의 바깥 대기층을 우주 저 멀리 밀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이에 따라 엄청난 양의 가스와 먼지가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나간다. 나사는 WR124가 지금까지 태양 10개 분량의 물질을 밀어냈다고 밝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기기로 포착한 우주먼지. 가스보다 차가운 우주먼지는 근적외선보다 파장이 긴 중적외선으로 포착할 수 있다. WR124 성운은 늙은 별에서 무작위로 방출되는 물질과 뒤따르는 난기류에서 생성된 먼지로 만들어진 물질로 구성돼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분출된 가스가 별에서 멀어지면서 온도가 내려가면 우주먼지가 형성된다. 제임스웹의 적외선 카메라가 바로 포착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제임스웹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는 WR124 별의 중심부와 그 주변 가스의 구조를, 중적외선장비는 바깥으로 방출된 가스와 먼지의 구조를 보여준다.
나사는 “먼지는 우주의 작동에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라며 “태어나고 있는 별을 보호하고 행성 형성에 도움을 주며, 지구 생명체 구성 요소를 포함한 분자의 생성과 응집을 일으키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나사는 “이전엔 WR124 같은 환경에 우주먼지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리고 먼지 알갱이가 초신성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고 풍부한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없었다”며 “이제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그런 질문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천체물리학자 앰버 스트라운(Amber Straughn) 박사는 컨퍼런스에서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별은 수명이 끝날 때 자신의 바깥층을 우주의 나머지 공간으로 흘려보낸다”며 “이것이 천문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념인 칼 세이건의 별먼지(stardust)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혈액 속의 철분과 뼈의 칼슘이 말 그대로 수십억년 전에 폭발한 별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우리가 이 사진에서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먼지는 우주로 퍼져나가 결국 행성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다.”
나사는 “이 사진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6월말 처음으로 촬영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이 별이 아닌 태양이 지구 질량의 33만3천배이므로, 관련 부분의 수치를 수정했습니다(3월16일).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