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저녁 서쪽하늘의 목성과 금성. 국립과천과학관 제공
요즘 해가 진 뒤 저녁하늘을 수놓고 있는 금성과 목성의 천체 근접쇼가 2일 저녁 정점을 찍는다. 공교롭게도 한반도가 그 정점의 순간을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두 행성이 이날 저녁 8시(한국시각) 달 겉보기 지름(0.5도)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한다. 밤하늘의 0.5도는 팔을 쭉 뻗었을 때 새끼손가락 굵기에 해당하는 범위다.
이 시각은 한반도에서 해가 진 뒤 1시간여 지난 시점이다. 두 행성이 가장 가까이 있는 시간에 두 행성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 셈이다.
목성과 금성은 하늘에서 태양과 달에 이어 각각 세번째, 네번째로 밝은 천체다. 보름달의 겉보기 밝기는 -12.5등급, 금성은 최대 -4.9등급, 목성은 최대 -2.9등급이다. 겉보기 등급에서 1개 등급의 밝기 차이는 약 2.5배다.
200배 배율로 본 2일 저녁 목성과 금성의 근접 시뮬레이션 영상. Edelman Planetarium
두 행성의 근접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실제로 거리가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두 행성의 공전 궤도상 경도(황경)가 거의 같은 지점에 이른다는 뜻일 뿐이다.
거의 닿은 듯 보이지만 두 행성 사이의 실제 거리는 6억km가 넘는다. 지구에서 금성까지가 2억1천만km, 지구에서 목성까지가 8억5천만km다.
두 행성의 조우는 오후 8시30분 정도까지 서쪽 지평선 위에서 볼 수 있다. 그 이후엔 두 행성의 고도가 낮아져 관측이 어렵다. 두 행성은 오후 9시 무렵 지평선 아래로 진다. 이날 금성의 겉보기 등급은 -4등급, 목성은 -2.1등급이다.
3월2일 저녁 태양계 행성들의 위치. solarscope.com
2040년에나 다시 볼 수 있어
이태형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은 “저녁 하늘에서 금성과 목성이 달 지름만큼 가깝게 접근한 것은 2016년 8월28일 이후 7년만이다”라며 “앞으로 저녁 하늘에서 금성과 목성이 달 지름 이하의 간격으로 가깝게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17년 후인 2040년 9월2일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성은 앞으로 계속 고도가 높아져 올 7월까지는 저녁 하늘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목성은 3월 중순 이후부터는 저녁 하늘에서 보기 힘들고, 9월 이후 다시 볼 수 있다.
지구보다 안쪽에서 태양을 도는 내행성 금성은 언제나 태양 주변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반면 지구보다 바깥쪽에서 태양을 도는 외행성 목성은 1년에 한 번 태양과 같은 방향의 하늘에 나타난다. 금성의 공전 주기는 7.5개월(225일), 목성의 공전주기는 11.86년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