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멸종된 도도새를 복원해서 뭐 하려고?

등록 2023-02-20 10:01수정 2023-02-20 12:11

미 기업, 17세기 멸종한 새 복원 추진
사촌격 비둘기에 유전자 주입해 부화
매머드·태즈메이니아늑대 이어 3번째
네덜란드 화가 룰란트 사베리가 1626년에 그린 그림 속의 도도새. 위키미디어코먼스
네덜란드 화가 룰란트 사베리가 1626년에 그린 그림 속의 도도새. 위키미디어코먼스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에는 몸집은 비대하고 날개는 왜소한 기묘한 체형의 도도새가 삽화에 등장한다. 그런데 이 동물은 상상 속의 동물이 아니다. 마다가스카르 동쪽 인도양의 모리셔스섬에서 번성했다 360년 전 멸종된 동물이다. 키 약 1미터, 몸무게 15~20kg으로 칠면조보다 훨씬 큰 조류다. 1598년 네덜란드 탐험가들이 처음 발견해서 1662년 마지막 도도새를 목격하기까지 100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소설 중 단편 ‘우주여행’(‘뿌리깊은 나무’ 1976년 9월호)에서도 도도새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도도새는 이 소설에서 주제 의식을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소재다.

“나는 도도새다”(지섭)

“형, 도도새는 어떤 새지?”(윤호)

“십칠세기말까지 인도양 모리티우스섬에 살았던 새다. 그 새는 날개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날개가 퇴화했다. 나중엔 날을 수가 없게 되어 모조리 잡혀 멸종당했다.”(지섭)

지섭의 말은 사실이었다.

포식자가 없는 섬에서 도도새의 날개는 무용지물이었다. 날개가 퇴화된 도도새는 모리셔스에 도착한 인간과 인간이 데리고 온 동물의 손쉬운 사냥감이 되고 말았다.

도도란 포르투갈어로 바보란 뜻이다. 평화로운 환경에 적응한 도도새의 자연선택적 진화가 인간의 눈엔 바보같은 짓으로 비쳤던 모양이다. 17세기 후반에 자취를 감춘 이 새는 인간에 의한 동물 멸종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1865년에 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에 등장한 도도새. 위키미디어코먼스
1865년에 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에 등장한 도도새. 위키미디어코먼스

게놈 해독에서 대리모 배아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생명공학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가 도도새를 복원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의 저명한 유전학자 조지 처치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공동설립자로 참여해 2021년 출범한 이 회사는 이미 매머드와 태즈메이니아늑대 복원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도도새는 이 회사의 세번째 멸종동물 복원 프로젝트다.

도도새를 복원하려면 유전공학과 줄기세포 생물학, 인공자궁 기술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가 어려운 기술이다.

복원 작업은 4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도도새의 게놈을 해독하는 것이다. 그 다음엔 현존 동물 가운데 도도새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을 찾는다. 이어 3단계는 둘 사이의 유전적 차이를 비교해 살아 있는 동물의 DNA 중 공통적인 것은 그대로 놔두고 도도새에만 있는 것은 교체하는 것이다. 마지막 4단계에서 대리모를 통해 배아를 만든다.

1~2단계는 베스 샤피로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SC) 교수 덕분에 가능했다. 현재 복원팀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2002년 도도새의 미토콘드리아DNA 염기서열을 해독한 바 있다. 이 DNA를 사촌격인 새들의 것과 비교한 결과 솔로몬제도, 뉴기니섬 등에 서식하는 니코바르비둘기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어 2016년 도도새와 니코바르비둘기가 3000만~5000만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비엠시(BMC) 생태와 진화’에 발표했다. 샤피로 교수는 지난해 초 박물관에 보존돼 있는 표본에서 도도새의 전체 게놈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해독 결과는 아직 과학 학술지에 공개되지는 않은 상태다.

원칙적으로 두 게놈을 비교하면 도도새에서 일어난 유전적 변이를 알아낼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도도새를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대 게놈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원형이 훼손된 상태여서 둘 사이의 차이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도도새 복원팀에 참여하고 있는 베스 샤피로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왼쪽)와 벤 람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뒤에 보이는 동물이 도도새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도도새 복원팀에 참여하고 있는 베스 샤피로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왼쪽)와 벤 람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뒤에 보이는 동물이 도도새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단계마다 기술적 난관 많아

이 벽을 넘더라도 그 다음엔 더 큰 벽이 있다.

포유류의 경우 편집된 게놈은 난자에 이식된 후 배아로 발달한다. 이어 배아는 대리모 자궁 속에서 생명체로 자라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물 복제가 이렇게 이뤄진다.

그러나 새들의 경우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복제가 이뤄지려면 수정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성숙한 난자 세포가 필요하다. 그런데 조류에서는 이 단계를 포착하기가 어렵다. 또 복제 배아를 이식하려면 원칙적으로 암컷의 몸 속에 있는 단단한 껍질의 난자에서 배아를 끄집어내서 복제 배아로 교체해야 한다. 이 역시 어려운 일이다.

이 회사는 원시생식세포(PGCs)을 이용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세포는 정자나 난자 세포로 변형할 수 있다. 니코바르비둘기 배아로부터 원시생식세포를 추출한 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도도새의 DNA와 일치하도록 DNA 염기서열을 교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유전자 편집한 원시생식세포를 대리모의 배아에 주입하면 도도와 비슷한 난자와 정자를 생산하는 키메라 동물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걸림돌이 있다. 무엇보다 원시생식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까다로운 실험 조건을 알아내야 한다. 또 현재의 유전자가위 기술은 포유류에 최적화돼 있다. 단 하나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니코바르비둘기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수천개의 유전자 편집이 필요하다.

도도새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존 동물인 니코바르비둘기. 위키미디어코먼스
도도새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존 동물인 니코바르비둘기. 위키미디어코먼스

도도새 유전자 받은 비둘기의 정체는?

마지막 대리모 단계도 쉽지 않다. 도도새의 알은 니코바르비둘기 알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비둘기 알 안에서 도도새의 알을 키울 수 없다. 원시생식세포를 달걀에 주입해 메추라기 정자를 생산하는 키메라 닭을 만든 적은 있지만, 난자를 만드는 것은 실패했다. 또 이런 실험이 닭이 아닌 다른 종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어찌어찌해서 이 단계까지 넘는다면 그 이후 과정은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대리모 자궁의 영향을 받는 포유류의 태아와 달리 새는 알이라는 독립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단순한 발달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멸종 동물 복원에 성공한 것일까? 도도새 유전자를 받은 니코바르비둘기가 부화한다면 이 새는 도도새일까, 니코바르비둘기일까?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미켈 신들링 박사는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유전자는 종을 정의하는 한 가지 측면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육 과정이 추가돼야 도도새다운 행동 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부활한 도도에 진짜 도도새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줄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생태 문제도 있다. 도도새가 살았던 모리셔스의 오늘날 자연 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1936년에 멸종한 태즈메이니아늑대. 호주 국립영화소리아카이브(NFSA)
1936년에 멸종한 태즈메이니아늑대. 호주 국립영화소리아카이브(NFSA)

“멸종 막는 데 돈 쓰는 게 낫지 않나”

모리셔스야생동물재단의 보존 책임자 비카시 타타야는 ‘네이처’에 “17세기 도도새의 포식자들은 아직도 살아 있는 반면 도도새의 서식지는 대부분 사라졌다”며 “돈이 있다면 서식지를 복원하고 현존 동물의 멸종을 막는 쓰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4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 복원 작업도 벌이고 있다. 4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는 복원팀은 이미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발굴한 매머드의 유골에서 DNA 추출 작업을 마쳤다.

매머드의 복원 방식도 도도새와 비슷하다. 매머드의 유전자를 사촌격인 코끼리 난자에 주입한다. 복원팀은 2028년 첫 매머드 새끼의 출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 공동설립자인 벤 람은 “새의 부화 기간이 30일로 코끼리의 임신 기간 22개월보다 훨씬 짧은 점을 고려할 때 매머드보다 도도새를 먼저 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온라인미디어 ‘패스트컴퍼니’에 말했다.

1936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늑대(사일라신)도 복원 대상이다. 이름은 늑대지만 캥거루처럼 배에 아기 주머니가 있는 동물이다.

30여명으로 구성된 복원팀은 살아 있는 동물 중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두나트로부터 다능성 줄기세포(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이 회사는 2021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2억2500만달러(2925억원)를 투자받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평가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5억달러(1조9500억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1.

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2.

‘은하철도 종착역’ 안드로메다 25억 화소 사진…별 2억개가 ‘반짝’

42가지 질환 효과 ‘기적의 비만치료제’…부작용도 19가지 3.

42가지 질환 효과 ‘기적의 비만치료제’…부작용도 19가지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4.

고혈압 잡는 ‘벽 스쿼트’…유산소 운동보다 2배 효과

‘수금월천화목토’ 한줄로…2040년까지 못 볼 6월의 ‘새벽 우주쇼’ 5.

‘수금월천화목토’ 한줄로…2040년까지 못 볼 6월의 ‘새벽 우주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